호갱방지·데빵法, 통신비 공약 뜯어보니
공공와이파이 통신비 소득공제
여야 모두 통신비 인하에 초점
이통산업 발전에 대한 고민 없어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데이터 통신비 '빵원(0원)', '데빵 시대'를 열겠다." (더불어민주당)
"국민호갱방지법으로 통신비 부담을 줄이겠다." (자유한국당)
4ㆍ15 총선을 앞두고 선거철 단골메뉴인 '통신비 인하 공약'이 또다시 등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공와이파이 확대 정책으로 포문을 열었고, 자유한국당도 통신비 소득공제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들 공약이 이동통신 산업 발전에 대한 진지한 고려 없이 유권자 표심만을 노린 '선심성 공약'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ICT전문가들은 5G산업 활성화를 위해 AI, 빅데이터 콘텐츠 등 B2B 이슈도 많은데 유권자 표심을 자극하는 통신비 정책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점을 비판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통신비 정책은 비용과 수익 둘 사이에 균형을 맞추는게 중요하다"면서 "소비자 비용을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통신사도 번 돈이 많아야 5G투자도 하고 산업이 활성화되는 부분이 있다. 한쪽으로 쏠리면 선순환구조가 형성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현경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전문성 없이 표심만을 살펴 유독 가계통신비에만 공약이 집중되는 것은 문제"라면서 "모빌리티 이슈나 스타트업 발전과 같은 첨예하지만 중요한 ICT산업 이슈는 선거 공약에서 매번 빠지는 점도 고쳐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공공와이파이, 5G 거시정책과 출동 = 공공와이파이 확대 정책은 사업자 비용 부담과 5G 대중화 정책과 상충된다는 문제가 있다. 이 정책은 시내버스, 학교, 교통시설 등 5만3000여곳에 공공와이파이를 추가 설치해 무료와이파이 공간을 늘려 데이터 통신비 부담을 줄여주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무료와이파이 지역을 확대한다는 공약은 '5G 상용화' 흐름과 상충된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기업이 5G 투자에 2022년까지 3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28GHz 대역 구축 등 5G 망 투자에 통신사가 수조원을 쏟아붓고 가입자 유치에 힘쓰는 상황인데, 공공장소 중심으로 무료 데이터 쓰게 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면서 "이미 깔려있는 공공와이파이 장소가 많고 실제 대다수 이용자는 데이터무제한 요금제를 쓰고 있어 실효성도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비용부담도 문제다. 공공와이파이 구축 공약에 드는 비용은 3년간 5780억원. 비용은 정부와 통신사가 펀드를 조성해 1:1 비율로 부담할 계획이다. 신 교수는 "이통사나 정부도 공공와이파이에 투자된 금액을 어떻게 회수하느냐의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을 거스르는 문제도 있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국민안전과 연관된 예외를 제외하고, 면허가 없는 공공 또는 사설기관이 통신망을 연동 또는 매개하거나 일반 대중을 상대로 서비스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김 교수는 "공공 와이파이 정책은 지자체가 자가망을 써야하고, '타행 통신 매개 금지의 원칙'에 따라 현행법과 충돌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득공제, 타당성 지적 = 통신비 소득공제 공약은 명분과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5G로 세대교체가 되면서 통신비는 세금감면 대상인 교육비, 의료비처럼 국민들이 원치 않아도 지출할 수밖에 없는 필수재로 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통신요금의 사용처가 전화, 문자 등 필수서비스에 머무는게 아니라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인공지능(AI), 클라우드 게임 등 '문화레저비'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어서다. 이같은 문제 때문에 통신비 소득공제는 2011년, 2014년 추진됐으나 명분 부족으로 좌초됐다.
신 교수는 "통신요금을 '디지털문화소비비' 개념으로 봐야한다는 접근이 UN이나 미국, 호주 등 해외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실제 우리나라의 가계통신비는 1999년 UN이 표준안으로 권고한 '목적별 소비지출 분류'(코이캅ㆍCOICOP)에 따라 통신서비스(이동전화, 인터넷, 유선전화)를 중심으로 구성돼있다. 하지만 UN은 2017년 코이캅 개편안에서 '통신'에서 '정보통신'으로 바꾸고 하위항목에 오락/문화 분류에 있었던 음향, 영상수신, 재생 등을 이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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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 마다 쏟아지는 공약이 5G 산업 활성화보다 통신비 문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ICT업계 관계자는 "통신 세대 교체에 따라 정책의 방향도 결을 달리해야하는데, 표심을 얻어야 하니 매 선거 때 마다 통신비 공약만 쏟아져나온다"면서 "국회 공약이 여전히 2G, 3G 때의 발상에 머물러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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