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피드백 분석…원인 정교하게 찾아내야

급변하는 시장 대응·상시적 구조개혁

경직된 노동시장 유연하게 완화해야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지난 12월 20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지난 12월 20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차기 경제학회장으로 내정된 이인호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12월20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가 임기 후반기를 맞아 기존 경제 정책을 고집하기보다는 유연하게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게임이론의 대가인 이 교수는 정부가 의도한 대로 정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을 때는 곧바로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원인과 다른 해결책을 내놓은 것"이라며 "배가 아픈데 빨간약을 발라주는 격"이라고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특히 공유경제 등 기술 혁신으로 급격히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상시적 구조 개혁이 일어나야 한다며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2월 중순부터 한국경제학회를 이끈다. 한국경제학회는 1952년 11월30일 출범한 국내 최대 경제학회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대담 =강희종 경제부장

-임기 반환점을 넘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평가해달라.


▲문 정부의 3대 경제정책(소득주도성장ㆍ공정경제ㆍ혁신성장)의 방향은 문제가 없다. 소득주도성장이란 단어는 분배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적당하다. 분배가 좋아지면 수요 자체도 많아진다. 다만 분배 개선이 엔(N)분의 1을 나눠주는 것이 되면 시장이 작동하지 않는다. 시장경제에서는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분배를 위해 최저임금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려 도움이 되게 한 것은 좋지만 2년 동안 20~30%를 올려버리니 갑자기 엉망이 됐다. 기술혁신은 우파건 좌파건 모두 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기술혁신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 수립을 효율적으로 세우진 못했다. 구조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문제도 지금 얘기하는 수준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지금 정부는 원인과 다른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배가 아픈데 빨간약을 발라주는 거랑 똑같다. 배의 어디가 아픈지를 봐야 하는데 배 아픈 부분을 도려내고 있다. 단적인 예가 마트의 주말 영업 금지다. 결국 소비자들이 불편해졌고 일요일 전에 쇼핑을 하는 쪽으로 규제를 피해갔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하지 말라고만 하는데 그렇게 하면 그 속에 있는 문제는 안 없어진다. 원인을 정교하게 찾아내 바꿔줘야 하는데 그런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하더라도 다들 강남에 들어오고 싶어한다. 결국 공급은 한정돼 있고, 어떻게 가져가는지가 중요하다. 가장 덜 나쁜 것부터 찾아야 한다. 시장 가격으로 생겨나는 실업 등의 문제도 사회안전망을 보완하는 쪽으로 접근해야 한다.


-게임이론을 통해 설명하자면?


▲게임이론은 주어진 상황에서 다른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할지 계산해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이걸 분석해 게임을 바꾸면 사람들이 이렇게 하겠구나'라고 생각하고 사람들이 협동하기 위해 유인 설계를 해줘야 한다. 우리는 A가 좋은데 B에 갈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면 이 사람을 A로 끌어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 생각하고 게임을 다시 구성하고 플레이하게 된다. 그러면 방향은 제대로 간다. 이 말은 즉 올바른 정책을 수립하려면 정책 대상자들이 정책을 따를 유인이 있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부동산 대책, 최저임금 인상 등 정책을 내놓았을 때 국민이 따라갔나? 결국 당초 생각하고 다르게 갔다. 강사법도 마찬가지다. 강사들의 처우가 가엾다면서 정책을 폈지만 사실은 학교에서 강사직 자리를 없애버리는 거다. 최저임금하고 똑같다. 정부는 새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사람들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분석해야 한다.


-정책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말인가.


▲그렇다. 지금 정부는 지지층들에게 약속했던 바도 있고, 어떤 부분은 제로섬 게임 양상이 많다. A와 B가 각각 사과와 배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둘이 나눠먹으면 양쪽 모두 좋아진다. 하지만 A만 가지고 있고 B는 아무것도 없다면 제로섬 게임이다. 이렇게 되면 싸움이 치열해진다. 최근 문제가 불거진 '타다'도 그렇다. 기존에 독점력을 가지고 있던 택시업계가 일방적으로 뺏긴다고 생각을 한다. 서로가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자본가와 노동자 모두 자신의 것이 뺏기는 순간 양쪽 모두 다툼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기존 전통산업과 신산업 간의 갈등으로 4차산업 진입 저항이 더욱 심해진 것 같다.


▲현재 잘하고 있으면 새로운 것을 배우기 싫어한다. 새로운 걸 배우는 동안 생산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이 구별되지 않은 상태에선 손해 볼 것이 없어 투자를 하게 된다. 기술경쟁에 있어서 흔히 발생하는 부분이다. 준비를 안 하면 더 안 좋아진다. 정부에서는 기존 산업과 신산업을 중재해야 한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겨가라는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 상대방에서 좋은 것이 나오면 아무리 독점권을 가지고 있어도 가치가 없는 독점권이 된다는 것을 이야기해줘야 한다. 적당한 선에서 이전하고 도움 받는 식으로 양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혁신 자체를 저항한다고 해서 혁신이 안 일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기존 산업이 양보를 해줘야 한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지난 12월 20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지난 12월 20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원본보기 아이콘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경제는 꾸준히 전진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는데.


▲정부가 요즘 "경제는 심리"라며 미리 겁을 먹으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이 어느 정도는 맞다. 장밋빛 생각만 가지고 경제가 잘 돌아간다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어디가 안 좋은지에 대한 올바른 판단이 있어야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 있다. 그러한 정책 속에서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용 통계의 경우 40대 일자리가 줄고 60대 임시직이 좋지 않은 것은 분명히 고용의 질이 떨어진 것이다. 정부는 왜 이러한 현상을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되는지 분명히 설명해줘야 한다. 그런데 "왜 자꾸 우리를 깎아내리려 하느냐"고 생각만 하는 것 같다.

국민경제 전반의 종합적 물가수준도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와 소비자물가지수 중 무엇으로 판단해야 할지 서로 얘기하다 보면 소비자들의 구매력 면에서는 아직도 모자란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고, 생산자 입장에서는 더 잘한 만큼 주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서로가 자기의 주장만 이야기하면 대책이 없다.


-정부의 노인 일자리 대책을 어떻게 보나?


▲노인 일자리가 늘어난 반면 40대 일자리가 줄었다. 경기가 좋지 않으니 40대 일자리가 줄었다. 그러면 40대 일자리 대책이 나와야 하는데 그게 안되니 예산을 써서 60대 일자리를 늘린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노인 일자리가 실제로 경기 부양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도 봐야 한다. 노인의 이전소득을 늘려도 그 돈이 소비로 돌아오진 않는다. 노인들은 돈이 들어오면 내일 또 주지 않을 거란 생각에 우선 쥐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외 여러 국가에서도 고령화 해결 방안으로 돈을 풀었지만 소비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분들은 한 번 실수하면 나머지 기간이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다. 소득 보전보다 노후를 마련해주는 사회 대책 등이 마련돼야 한다. 실제로 경기 부양 효과가 있는 40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정부와 청와대에 조언을 한다면.


▲정책의 유연성을 강조하고 싶다. 구조적 문제가 한꺼번에 일어났던 1997년 외환위기 때와는 달리 상시적 구조개혁이 일어나야 한다. 산업 수요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고 있다. 오프라인의 구조개혁도 필요하다. 시설투자도 중요하지만 사람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이쪽에서 저쪽으로 이동하라고 하면 안 간다. 이게 바로 경직성이다. 서로 윈윈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이동이 쉬워져야 한다. 그 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전환 과정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개발을 해야 한다. 구조조정은 산업을 아는 전문가들이 들어가서 해야 한다.


-잠재성장률 하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여태까지는 남의 것을 베끼면서 왔기 때문에 쉬웠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가 반도체, 핵 발전 등 대부분 분야에서 잘하고 있다. 결국 새로운 것을 만드는 기술발전 속도가 중요하다. 고령화나 인구 감소에 대한 영향도 크다. 우리의 위상을 높이는 것 자체가 어렵고, 고령화나 인구 감소가 또 그것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노동시장 경직성이 점점 심화되는 문제도 크다. 사회 구성원들의 갈등이 첨예화되고 전혀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 유연하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잠재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주원인이다.

AD

이인호 교수 약력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1980)

▲미국 UCLA 경제학 박사(1992)

▲정책금융심의회 위원장(2007~2008)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자문위원회 위원장(2009~2011)

▲한국산업조직학회 회장(2010~2011)

▲한국금융정보학회 회장(2010~2014)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2018년~현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2001년~현재)

▲차기 한국경제학회 회장 (올해 2월)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