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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날엔…] 추미애 직설(直說), '흑막의 계엄령' 예방 주사 효과

최종수정 2019.12.07 09:00 기사입력 2019.12.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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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최종적으로 계엄령 준비” 폭로…경솔한 발언 지적받았지만, 훗날 ‘추미애 경고음’ 재조명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정치, 그날엔…] 추미애 직설(直說), '흑막의 계엄령' 예방 주사 효과


“물리적 충돌을 준비하게 하고, 시간을 끌며 지지층 결집시키기를 시도하고, 사정기관에 흔들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렇게 한 다음에 최종적으로는 계엄령까지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도 돌고 있다.”


2016년 11월18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계엄령 발언’이 나온 바로 그 회의다. 1979년~1981년 한국 현대사 격랑의 시기를 끝으로 역사책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계엄령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그것도 제1야당의 대표가 계엄령을 경고했다.


당시 추 대표 발언에 대한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황당하고 섣부르고 경솔한 발언이라는 평가였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추 대표의 계엄령 준비 운운 발언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제1야당의 책임 있는 지도자가 하기에는 너무나 무책임한 정치적 선동”이라고 비판했다.



염동열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당시 논평을 통해 “정치인의 말은 천리를 간다. 당대표의 말은 역사에 영원히 기록된다”면서 “오늘 추미애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이 계엄령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가 돈다’는 국민 혼란을 자극하는 유언비어를 말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청와대와 여당만 비판의 목소리를 내놓은 게 아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섣부른 주장이라는 지적과 경솔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언론의 시선 역시 곱지 않았다. 신중하지 못한 발언을 하는 제1야당 대표라는 시선이 녹아 있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처럼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당시 정국의 흐름과 맞물려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수사와 관련해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사실상 ‘피의자’로 적시한 상황이었다. 박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5% 수준에 머물러 정상적인 직무가 어려울 정도였다. 광화문을 중심으로 박 대통령 퇴진 촛불 시위가 번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추 대표의 주장은 ‘돌출발언’으로 치부됐다. 박 대통령 퇴진에 대한 기운이 무르익었는데 제1야당 대표가 괜한 말로 반격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인식이었다.


추 대표 주장에 대한 평가는 계엄령 관련한 헌법 조항과도 관련이 있었다. 헌법 제77조에 따르면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고 돼 있다.


설사 계엄령을 선포한다고 해도 국회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해제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정말 그럴까. 한국 현대사의 또 다른 비극이 준비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2017년 2월과 3월 계엄령 준비 움직임이 실제 있었다는 정황과 증거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이른바 ‘계엄령 문건’이 공개되면서 추 대표의 당시 경고음도 재조명되고 있다.


[정치, 그날엔…] 추미애 직설(直說), '흑막의 계엄령' 예방 주사 효과


결과적으로 추 대표의 직설(直說)은 ‘흑막의 계엄령’에 대한 예방 주사 효과로 이어졌다. 추 대표 발언에 대해 섣불리 비판의 목소리를 내놓은 쪽은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계엄령 문건의 일부인 ‘현(現) 시국 관련 대비계획’ 별지 항목에는 국회에 의한 계엄해제 시도 시 조치사항이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 비상계엄 선포 후 일부 국회의원이 저항할 경우의 대비책을 마련한 셈이다.


문건은 당시 국회의원 중 진보성향을 160명, 보수성향을 130명을 분류해놓은 뒤 계엄 해제 시도 시 대응책도 마련했다. 여당의 계엄해제 표결을 유도하고 국회의원에 대한 ‘현행범 사법 처리’로 본회의 의결 정족수 미달을 유도하려 했다는 내용이다.


헌법 조항에 따라 계엄령이 선포돼도 국회 판단에 따라 해제가 가능하다는 교과서적인 분석과 현실이 어떻게 다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계엄령 의혹을 둘러싼 사실 규명은 제자리걸음이다. 조현천 전 국군기무사령관 잠적 이후 검찰 수사가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이다.


만약 추 대표의 2016년 11월 발언이 없었다면, 그 때문에 계엄령이라는 키워드 자체가 사회적인 관심사로 떠오르지 않았다면, 그런 상태에서 계엄령 프로젝트가 실제로 가동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현대사의 비극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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