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실업팀 성인선수 인권실태 조사
폭언·폭력 일상화, 사생활 통제 심각
결혼·임신 계획에 선발명단 제외, 은퇴종용
인권위 "인권보호방안을 마련하도록 할 예정"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시합 끝나고 두 팔 벌려 안기지 않았다고 감독님이 화를 냈습니다."
실업팀 성인선수의 인권침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폭언과 폭력은 일상화 돼 있으며, 여성선수에 대한 성폭력 문제도 빈번해 이들에 대한 보호가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은 25일 직장운동부를 운영하는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와 40여개 공공기관 소속 실업선수 1251명(남 645명, 여 616명)에 대한 인권실태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중 33.9%(424명)는 언어폭력을, 15.3%(192명)은 신체폭력을, 11.4%(143명)는 성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이 넘는 이들(56.2%)이 (성)폭력 행위를 목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실태조사는 지난 7월22일부터 8월 5일까지 모바일 설문조사와 심층인터뷰 등으로 이뤄졌다.
신체폭력과 달리 언어폭력의 경우 여성선수 37.3%, 남성선수 30.5%로 여성선수들의 피해가 높았으며, 지도자나 선배선수로부터 이뤄졌다. 언어폭력 발생장소는 훈련장 또는 경기장이 88.7%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숙소(47.6%)와 회식자리(17.2%)에서도 언어폭력은 이어졌다.
실업선수가 직접 경험한 성희롱ㆍ성폭력 유형을 살펴보면 '불쾌할 정도의 불필요한 신체접촉(손, 볼, 어깨, 허벅지, 엉덩이)'을 경험한 선수는 1251명 중 66명(5.3%)으로 나타났다. 남성선수(2.2%) 보다는 여성선수(8.4%)들이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많이 당했다.
특히 '누군가 나의 신체 부위를 몰래 또는 강제로 촬영' 7명, '누군가 내게 성관계를 요구' 5명, '누군가 나를 성폭행(강간)' 3명 등 심각한 수준의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이들도 존재했다. 이러한 피해 경험은 남녀선수 모두에게서 발견됐으나 여자선수들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여성선수에 대한 성차별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층면접 조사에서 여성선수들은 생리 등 신체적 특성으로 인해 힘든 부분에 대한 배려를 기대할 수 없다고 답했다. 또 여성선수들의 경우 팀의 이해관계에 따라 결혼계획 및 임신계획을 세우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한 30대 여성선수는 "아이를 가지려고 준비한다고 했을 때부터 명단에서 제외시키려 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성차별 문제에 대해 "여성지도자 임용을 늘려서 스포츠 조직의 성별 위계관계 및 남성중심 문화의 변화를 통한 인권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계약을 통해 임금을 받는 근로자이지만 자기 연봉 액수도 모르는 등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 있음이 확인돼 스포츠 인권 교육은 물론 노동인권교육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관련 부처, 대한체육회 등에게 실업팀 직장운동선수의 인권보호방안을 마련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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