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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윤의 책섶] 누구나 어려운 ‘이상’의 詩, 해독의 실마리가 보이네

최종수정 2019.09.20 17:16 기사입력 2019.09.20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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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독과 신화에 둘러싸인 이상의 50편 시 전편을 한글화하고 해석한 ‘이상 시 전집’

이상(본명 김해경)의 시 50편을 온전히 한글화하고 치밀하게 해석한 이 책은 이상이란 미궁을 안전히 빠져나올 수 있게 돕는 아리아드네의 실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그래픽 = 이진경 디자이너

이상(본명 김해경)의 시 50편을 온전히 한글화하고 치밀하게 해석한 이 책은 이상이란 미궁을 안전히 빠져나올 수 있게 돕는 아리아드네의 실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그래픽 = 이진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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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이상(1910~1937)의 시는 발표 당시나 지금이나 어렵다. 방대한 작품 수와 작가의 극적 생애가 더해져 그간 이상은 대중의 관심대상이자 문단의 연구대상으로 끊임없이 호명돼왔다. 국문학과 논문 주제 1순위, 다수 문화 콘텐츠의 주인공으로 우리 곁에 박제된 그이지만, 정작 그의 작품 속을 주밀히 살피고 낱낱이 해부해 읽을 기회는 좀처럼 없었다. 화가이자 시인이며 편집자인 시인 박상순은 이상의 시 50편을 온전히 한글화한 뒤 이를 해석하는 동시에 촘촘한 시론을 곡진하게 펼쳐놓는다. 그 궤적은 마치 100년 전, 식민 조선의 미노타우로스를 자처한 이상과 약 2000편의 작품이 켜켜이 쌓아 올린 라비린토스(미궁) 앞에 아리아드네의 실과 같다.


"암만해도 나는 19세기와 20세기 틈바구니에 끼여 졸도하려 드는 무뢰한인 모양이요. 완전히 20세기 사람이 되기에는 내 혈관에는 너무도 많은 19세기의 엄숙한 도덕성의 피가 위협하듯이 흐르고 있소 그려"

이상은 벗인 시인 김기림에게 쓴 편지에서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의 중압감을 투영해 ‘무뢰한’이라 표현했다. 낀세대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놓고 괴로워하던 그의 절규는 그 얼마 전, “무게를 재는 천칭 위의 과학자, 뻔뻔히 살아온 사람에서 벗어나 마침내 자신을 드러내겠다”는 선언이 얹혀져 더 무겁게 다가온다.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문학에 대한 그의 탐구 정신은 남다른 구성과 생경한 시어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그의 시 ‘위독: 봄을 사다(買春)’에서 매춘은 봄을 파는 것이 아닌 봄을 산다는 뜻을 지녔다. 그렇다면 여기서 봄은 여성의 육체일까? 저자는 조선시대 화가 겸재 정선이 그리고 서예가 이광사가 글씨를 쓴 ‘24시품(二十四詩品)’의 한 구절, ‘옥호매춘 상우모옥(玉壺買春 賞雨茅屋, 옥으로 만든 병에 술을 사 담고, 초가에서 비를 보네.)’을 빌려 봄이 술을 상징함을 유추한다. 타는 듯한 더위, 썩어가는 생선, 취한 시인은 이 순간을 위태로운 시대의 풍경으로 포착해내고, 독자는 그 순간을 해설에 힘입어 이 순간이 비로소 위태한 시인의 노래임을 감지해낸다.


신문연재 당시 독자로부터 ‘시인을 때려죽이겠다’는 투고가 빗발쳤던 오감도에 대한 저자의 분석은 보다 심층적이다. 특히 스스로를 진단 대상으로 삼은 뒤 신체와 주체를 만나게 한 오묘한 진단서로 구현된 ‘오감도 제4호’의 경우 숫자 이미지로서 진단의 비극적 상황을 확정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어쩌면, 시 말미의 ‘1931년 10월 26일’은 이상 개인이 폐결핵 진단을 받은 날일 수 있다는 추측에선 자신의 삶을 질료 삼은 시인의 고충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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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당대의 수재였지만 빈한한 경제 상황과 온전하지 못한 연애 및 가정사, 당시 불치병이었던 폐결핵 탓에 살아도 사는 게 아니었다. 스스로를 ‘박제된 천재’라 일컬은 것도 “나 자신이 천재요”라는 자신감보다는 살아도 사는 게 아니라는 자조적인 심정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조선총독부 내무국 건축과 기사 일을 그만 둔 이상은 끊임없이 다방 경영에 연연했고, 그중 처음 개업했던 다방 ‘제비’의 단골들 추천으로 1934년 구인회에 가입한다. 여기서 만난 김유정과는 ‘폐결핵’이란 공통점을 안고 가까워지게 된다. 두 사람은 처지를 한탄하며 함께 극단적 선택까지 꿈꿨으나 이내 실패하는 등 그들에게는 우울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이상의 건강 상태는 시어에 적나라하게 반영됐다. 저자에 따르면 ‘오감도 제13호’에서 이상의 신체는 몸(육체)이라 보기 어렵고 이질 조합의 몸체로 표현됐다다. “양팔을 자르고 나의 직무를 회피한다”는 유작 산문에서도 이상은 자신의 신체가 잘려 나간 상황을 그린다. 과거, 현재, 미래가 잘려 나간 음울한 현실을 토해낸 것이다.


그가 유작 시 ‘나는 장난감 신부와 결혼한다’에는 생명 없는 장난감이 등장한다. 인간의 몸뚱이를 지닌 ‘마네킹’으로 자기의 처지와 시대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나는 장난감 신부와 결혼한다’는 이상의 시만큼이나 어려운 해설집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시어 속에 숨겨진 메시지를 꼼꼼히 일러주는 이 책은 마치 이상이라는 미궁 밖으로 안전하게 유도해내는 아리아드네의 실 같다.


<나는 장난감 신부와 결혼한다:해석판 이상 시전집/이상,박상순/민음사/1만6000원>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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