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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날엔…] 추석연휴, 경남중 선후배가 보여준 ‘선 굵은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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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당 대표, 2015년 9월 부산發 ‘정치 결단’…안심번호 도입, 상향식 공천 밑거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정치, 그날엔…] 추석연휴, 경남중 선후배가 보여준 ‘선 굵은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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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와 타협이 없는 극한 대결. 한국 정치의 이미지다. 정치는 본래 여야 타협으로 한 발씩 전진한다. 자기 지지층 입맛에 맞는 강공 일변도로 나가면 ‘싸움질 정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여의도 정가에는 정치인이 많지만 모두가 리더로 대접받는 것은 아니다. 국회의원을 세 번, 네 번 경험해도 300명 중의 1명에 불과한 ‘보통의 의원’으로 기억된다.


물론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를 떠나 ‘정치 리더’의 품격을 보여주는 이도 있다.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얻어낼 것은 얻어내며 말 그대로 정치를 실천하는 인물, 그들은 정치 리더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정확히 4년 전 20대 총선을 앞둔 추석연휴. 부산에서는 정가를 놀라게 한 소식이 전해졌다.

2015년 9월28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여야의 대표이자 경남중 선후배 관계인 두 명의 정치인이 조용히 만났다. 주인공은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다. 김 대표가 문 대표의 경남중 1년 선배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일인 지난해 6월8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은 여행객들이  투표하고 있다./영종도=강진형 기자aymsdream@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일인 지난해 6월8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은 여행객들이 투표하고 있다./영종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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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7개월 앞으로 다가온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 개혁안을 논의했다. 여야의 시선은 다를 수밖에 없다. 정치 유불리를 둘러싼 계산이 앞설수록 타협의 여지는 줄어든다.


하지만 접점을 찾으려 노력한다면 합의에 이를 수도 있다. 이날 1시간 40분 동안 진행한 단독 회동은 여야 대표의 합의 도출로 이어졌다.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논의한 ‘안심번호’ 도입 관련 공직선거법 개정안 합의 처리에 의견 접근을 이뤘다는 얘기다. 안심번호는 휴대전화 번호가 노출되지 않도록 가상의 전화번호를 부여해 당내 경선 등에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총선의 경우 여론조사를 통한 당내 경선이 이뤄질 때가 많은데 기존의 집전화로 조사할 경우 실제 민심과 차이가 있어 휴대전화를 통한 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문제는 개인의 전화번호를 공개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 등 여러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오른쪽)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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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번호 도입이 대안으로 모색됐지만 공직선거법 개정 사안이라는 점에서 여야의 합의가 필요했다. 안심번호 도입의 불씨를 살린 여야 지도자의 통 큰 합의, 2015년 9월28일 부산 롯데호텔의 회동은 정치사에 기억될 중요한 장면이다.


공직선거법 제57조의 8(당내 경선 등을 위한 휴대전화 가상번호의 제공)에 따르면 의석을 지닌 정당은 선거관리위원회를 경유해 이동통신사업자에게 휴대전화 가상번호 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


해당 공직선거법은 2015년 12월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론조사 경선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안전장치가 마련된 셈이다. 결과적으로 한국 정치는 한 발 더 전진했지만 그 과정에서 진통을 경험했다.


추석연휴가 끝난 이후 당시 새누리당은 갈등과 혼란에 휩싸였다. 김무성 대표가 당시 야당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심번호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치개혁안으로 발표한 내용이다. 특정 정당의 유불리와 무관하다는 얘기다.


새누리당의 친박(친박근혜계)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들끓었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의 청와대도 반대 흐름에 동참했다. 여론조사 경선의 부작용을 지적했고 ‘세금 공천’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김무성 대표는 2015년 9월30일 의원총회에서 “(안심번호제를 비판한) 청와대의 이야기는 다 틀렸다. 이렇게 하면서 당청 간 사이좋게 가자고 하면 되겠나”라며 “당 대표 모욕을 여태까지 참았는데, 오늘까지만 참겠다”고 말했다. 여당 대표가 당시 청와대의 행보에 경고의 메시지를 전한 셈이다.


김무성 대표의 정치개혁안에 친박계와 청와대가 우려를 전한 것은 정치적인 노림수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김무성 대표가 안심번호 도입에 힘을 실은 것은 특정인의 입김이 공천에 반영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얘기다. 김 대표는 상향식 공천에 무게를 두고 20대 총선을 준비했다.


반면 청와대와 친박계는 김무성 대표의 행보가 청와대의 입김이 반영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인식했다. 민심의 뜻을 반영하는 상향식 공천이 정착될 경우 공천에서 친박계를 중용하기 위한 '개입'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당시 청와대와 여당의 불편한 관계는 한동안 지속됐지만 결과적으로 안심번호 도입을 위한 정치개혁안은 공직선거법 개정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내년 4월15일 제21대 총선 역시 안심번호를 활용한 여론조사 경선이 진행될 예정이다. 2015년 9월28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이뤄진 여야 지도자들의 합의는 그렇게 한국정치를 한 발 더 전진시켰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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