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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유엔 상대로도 '압박 외교' 가동…"상주직원 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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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내 "국제기구 직원 줄이라" 일방통보
유엔측 "식량지원 준비 하던 참인데" 당혹
北, 중·러와 밀착 시점에 나온 결정 주목
미국 중심 유엔 질서에 항의 외교전 분석도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P연합>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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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북한이 자국내 상주하는 유엔 소속 외국인 직원의 수를 줄이라고 유엔에 통보했다고 주요외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식량기구(WFP), 유엔아동기금(UNICEFF) 등 국제기구의 지원을 필요로 하던 북한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김창민 북한 외무성 국제기구국 국장은 지난달 21일 유엔 당국자에게 보낸 서한에서 "적대 세력에 의해 유엔 원조가 정치화한 탓에 유엔의 지원을 받는 프로그램들이 소기의 결과를 내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북한은 유엔개발계획(UNDP) 소속 직원 수를 6명에서 1~2명으로 줄이고, 세계보건기구(WHO) 소속 직원도 6명에서 4명으로 줄이라고 했다. 김 국장은 인도적 지원 조정관도 불필요하다면서 대신 유엔 구호 당국자들이 "필요할 때 (북한을) 방문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했다. 또 현재 13명인 UNICEF 소속 북한 상주 직원 역시 1~2명가량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WFP에 대해서는, 이 기구와 북한이 2019~2021년 계획의 시행 방식에 합의할 경우 "제공될 식량 원조의 규모에 따라" 북한에 근무하는 WFP 직원의 수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유엔은 북한 인구의 41%에 해당하는 1030만명이 영양실조 상태에 놓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북한의 식량 생산량은 2018년 495만t으로 지난 10년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2월 북한은 식량난을 호소하며 유엔 산하 국제기구들에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통일부는 지난 6월 19일 "북한의 식량상황을 고려하여 그간 세계식량계획(WFP)과 긴밀히 협의한 결과, 우선 국내산 쌀 5만t을 북한에 지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에 국내산 쌀을 지원하는 것은 처음이다. 대북 쌀 지원은 2010년 이후 9년 만이다.
    사진은 2010년 군산항에서 북한 수재민에게 전달할 쌀을 배에 선적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통일부는 지난 6월 19일 "북한의 식량상황을 고려하여 그간 세계식량계획(WFP)과 긴밀히 협의한 결과, 우선 국내산 쌀 5만t을 북한에 지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에 국내산 쌀을 지원하는 것은 처음이다. 대북 쌀 지원은 2010년 이후 9년 만이다. 사진은 2010년 군산항에서 북한 수재민에게 전달할 쌀을 배에 선적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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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내용의 서한은 유엔 당국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유엔 외교관은 "이런 사태 전환에 매우 놀랐다"면서 "부분적으로는 (원조) 필요성이 커져 유엔이 이 나라에 대한 지원 규모를 확대하려고 지지를 모으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엔 외교관은 "북한의 이번 결정은 북한 인민들만 괴롭게 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이번 결정의 배경에 대해 밝히지는 않았으나, 북한이 중국·러시아와 밀착을 한층 강화하고 있는 시점에 나온 점에서 주목된다.


유엔 외교관은 이번 사태가 "러시아와 중국이 (대북) 제재가 인도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으며 해결책은 제재 완화뿐이란 거짓 이야기를 밀어붙이는 가운데 나왔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경제에 숨통을 틔워주면서 대북제재 완화를 계속 주장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일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기자들과 만나 "유엔의 대북 제재가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난달 20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방북하면서 식량 100만톤(t)을 북한에 지원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유엔 총회 연설을 각국 대표들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AP연합>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유엔 총회 연설을 각국 대표들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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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유엔의 권력구조를 흔들기 위한 약소국 외교인 '쁠럭불가담운동'에 본격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제재 결의안을 통해 자신들을 옥죄는 유엔 체제에 대한 항전 성격이다.


쁠럭불가담운동은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비동맹운동'으로 1975년 북한이 가입한 '미국중심의 강대국 세계질서에 반대하는 약소국 연대 운동'으로 출발했다.


박영자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연구위원은 "최근 북한은 관련 국제회의들에 참석하여, 21세기 제국주의 행태를 비판하며 회원국들의 집단적 행동 및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으로 참석하는 회원국들의 반제국주의 활동을 촉구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9월 리용호 외무상은 유엔 본부에서 열린 비동맹운동(NAM) 외무장관회의 연설에서 "세계패권을 추구하는 세력이 앞에서는 평화 문화에 '지지'를 표명하면서도 실제로는 그에 역행하는 길을 걷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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