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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형의 오독오독] 존재하지만 세계지도에는 없는 국가가 있다

최종수정 2019.08.09 12:00 기사입력 2019.08.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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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슈아 키딩 '보이지 않는 국가들 : 누가 세계의 지도와 국경을 결정하는가'

소말릴란드ㆍ압하지야 등 독립 원하는 예비국가 많지만 세계지도는 변화 거부

다시 유행하는 '민족자결의 원칙', 세계는 평화 아닌 평화체제를 유지하는 중


[이근형의 오독오독] 존재하지만 세계지도에는 없는 국가가 있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말은 계속 바뀌고 있지만 확실하게 드러난 목적은 한국 경제에 타격을 주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결심을 하게 된 시기에 관해 "대법원 징용판결 때문이다." "이미 전부터 한국을 위협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선거를 위한 일시적 행보다." 등 의견이 분분하지만 속내는 결국 보통국가, 즉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개헌하려는 일본이 한국을 최대 방해물로 꼽아서다.


이러한 조치가 생경한 이유는 일본이 자유무역의 수혜 속에 발전된 나라여서다. 과거에 대한 향수, 군국주의에 대한 미화, 민족주의 고취 등 아베는 초연결을 말하는 시대와는 어울리지 않는 개념들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나 최근 세계정세 속에서 이를 일본만의 특수성이라고 보긴 어렵다. 세계는 오히려 폐쇄성이 짙어지고 있는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후 미국은 멕시코 장벽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자국 중심으로 무역의 룰까지 바꾸려한다. 그 결과 중국과 무역 전쟁도 벌이고 있다. 영국은 자신들도 함께 주도해 만든 유럽연합(EU)이라는 체제를 떠나는 '브렉시트(Brexit)'를 결정했다. 여기에 유럽 곳곳에서 난민 등 타민족을 배척하자고 주장하는 극우 정당들이 약진 중이다. 세계는 약 100년 만에 미국의 28대 대통령 우드로 윌슨이 주장한 '민족자결의 원칙'이 다시 유행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다시 민족이라니.


국제 외교ㆍ정책 분석 전문가인 조슈아 키딩이 쓴 '보이지 않는 국가들 : 누가 세계의 지도와 국경을 결정하는가'는 지난 1세기 동안 바뀌어온 세계 지도에 주목한다. 그는 서두에서 "이 책의 목적은 지구상에서 국가들의 지정학적 배치가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의 상태에 이르게 됐는지, 그 배치 상태가 왜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큰 변화 없이 유지돼왔는지, 나아가 현 상태를 바꾸는 것이 가능한지, 그것이 바람직한 일인지를 탐색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작가는 지금의 세계를 역사적으로 이례적일 정도로 지리적 안정성이 유지되고 있는 시기라고 주장한다. 지난 20년간 유엔(UN)의 인정을 받은 새로운 국가는 남수단, 몬테네그로, 동티모르 등 세 곳뿐이다. 두 차례의 세계 대전과 유럽 제국주의 몰락을 겪은 20세기 초중반이나 소련이 무너지고 독일이 통일된 1990년대 비하면 거의 변화가 없다. 한때 분위기가 무르익었던 티베트의 독립이나 팔레스타인의 국가 인정(옵서버 지위까지는 획득했다)도 묘연하다. 세계는 변화하지 않는 쪽을 택하고 있고 독립국가를 원하는 수많은 예비국가들은 이를 답답해한다. 세계 지도는 고급 회원제 클럽처럼 돼버렸다.

이 책은 5장으로 구성돼있다. 1장은 지구상의 국가라는 체제가 어떤 과정을 거쳐 출현하고 세계의 땅덩이를 차지하게 됐는지를 다룬다. 작가는 이 과정에서 조지아에 독립을 요구하고 있는 압하지야가 국가의 성립 조건을 만족하는데도 왜 국가 체제라는 클럽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같은 처지의 코소보는 미국과 114개의 UN 회원국들의 인정을 받았지만 친러시아를 표방한 압하지야는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서방에 의해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2장에서는 미국과 캐나다 국경 지대에 걸쳐 있는 아크웨사스네의 모호크족 공동체를 통해 국가의 종류는 하나뿐이라는 통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3장은 소말릴란드가 주제다. 소말릴란드는 무정부 기간까지 겪었던 소말리아보다 오히려 더 국가다운데도 국제사회는 소말리아만 국가로 보고 있다. 저자는 "소말릴란드를 가본 사람은 소말릴란드가 나라가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곳이 국가라는 말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4장은 쿠르디스탄이다. 이라크와 시리아에 펼쳐져 있는 쿠르드족 자치구로 가까운 미래에 독립국이 생긴다면 선봉에 설 곳이다. 쿠르디스탄의 사례는 중동 지역 현 지도의 잔혹한 부조리뿐 아니라 현 상태를 바꾸려는 시도에 따르는 무시하지 못할 위험도 극명히 드러내고 있다. 서구 열강들이 인위적으로 그어 놓은 국경 때문에 종교, 종파, 민족이 얽혀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그 분쟁을 잡으려 국경을 재조정하는 일 또한 분쟁을 낳을 것이라는 점이 딜레마다. 열강들이 세계 지도를 고정하려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유럽, 중동, 아프리카에서 세계 지도를 재편하려고 애썼던 과거 외부자들의 시도는 실제로 그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에게 그다지 좋은 결실을 맺어주지 못했다.


지난 수십 년의 변화를 겪은 세계는 이제 변화를 거부한다. 두 번의 세계전쟁과 아르메니아, 유고슬라비아 학살 등을 겪은 세계는 지도를 조정하는 것에 공포를 가지게 됐다. 그리고 변화를 거부하는 이 움직임이 오히려 평화를 유지시켜주고 있다. 인류의 역사로 볼 때 상대적으로 말이다.


앞서 언급했던 민족자결을 주장했던 윌슨 대통령은 지독한 인종차별주의자였다. 그런 그가 민족자결의 개념을 만들었다는 것은 의외다. 세계화 시대라면서 민족개념이 강화되고 있고 각국 정치지도자들이 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도 의외다. 자신만을 지키려는 이 의지들이 역설적으로 만들고 있는 평화. 이 아이러니가 세계 지도이며, 지도 속에 깃발을 꼽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수많은 소민족들을 밟고 세계는 오늘도 평화 아닌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국가들 / 조슈아 키팅 지음 / 오수원 옮김 / 예문아카이브 / 1만6000원


[이근형의 오독오독] 존재하지만 세계지도에는 없는 국가가 있다



이근형 기자 gh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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