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고압박에 고심하는 일본, 공적연금 통한 외환개입 나서나?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미·중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며 일본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엔화 가치가 치솟고 장기물 금리가 3년 만에 목표관리범위 밖으로 떨어지는 등 도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지만 이미 마이너스 금리 상황에서 일본은행(BOJ)이 추가 완화카드를 꺼내들기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정부가 공적연금을 통한 외환개입, 이른바 스텔스 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날 엔화 환율은 장중 달러당 105엔대에 거래되며 그간 심리적 지지선으로 평가돼 온 106엔선이 무너졌다. 장중 한 때 엔화 가치가 1년4개월만에 최고치로 치솟는 등 연일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엔고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평가다.
같은 날 채권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회피하며 장기 국채 매수세가 이어졌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장 대비 0.015% 낮은 -0.215%까지 떨어졌다. BOJ가 2016년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며 장기금리 목표를 설정한 이후 10년물 금리가 -0.2%대를 밑돈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덧붙였다. 이후 도쿄 증시가 낙폭을 줄이면서 엔화 환율은 달러당 106엔~107엔대를 회복하고, 10년물 금리도 -0.185%선을 되찾았다.
이 신문은 최근 엔고의 가장 큰 배경으로 미국과 일본간의 금리차 축소를 꼽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앞서 기준금리를 인하한데 이어 추가 인하전망까지 잇따르고 있지만, 일본으로선 이미 마이너스인 금리를 더 낮출 정책적 여력이 없는 상태다. 이는 모두 엔고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BOJ는 그간 경기 둔화·물가 하락 리스크가 커질 경우 '주저 없이 추가 완화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아마미야 마사요시 BOJ 부총재는 이달 초 기자회견에서 "금융정책수단이 가져오는 효과와 부작용을 다른 나라보다 더 신중하고 주의깊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BOJ가 엔고현상을 디플레이션의 위협 요소로 바라보고 있는 만큼 달러당 105엔선을 넘어서는 엔고가 진행될 경우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미츠비시 UFJ은행의 우치다 미노루씨는 "추가완화에 따른 부작용보다 엔고에 의한 단점이 더 중시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BOJ의 차기 금융정책결정회의는 9월 중순에 개최된다.
정부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무성 관료들은 전날에도 총리 관저를 찾아 환율변동과 관련한 분석 결과 등을 보고했다. 재무성 고위 관계자는 동일본 대지진 직후 급격한 엔고가 나타났던 2011년과 현 상황을 비교하면서 "지진 직후 투기움직임이 나타나는 등 혼란스러웠던 당시와는 다르다"면서도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정책수단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스텔스 개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잇따른다. 스텔스 개입은 외환당국이 자국 화폐의 강세를 저지하기 위해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전투기처럼 금융시장에 장기간에 걸쳐 비공식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가리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타국 정부의 외환 시장 개입에 반발할 가능성이 큰 만큼, 공적연금(GPIF)을 통해 해외자산 매입을 가속화하면서 엔화 가치가 치솟는 것을 막으려 할 것이란 설명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태국 호텔에서 체포된 한국인 의사…한번에 2만원 ...
이에 따라 올해 발표될 GPIF의 차기 기본 포트폴리오에 대한 관심도 치솟고 있다. 노무라 증권의 니시 마사히로 수석 애널리스트는 "해외 채권 비중을 20%대 초반까지 높일 수 있다"고 바라봤다. 현재 전체 자산에서 해외채권 비중은 17% 상당으로 알려져 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