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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재수사' 34명 기소…총체적 무책임·안전불감증 드러나(종합)

최종수정 2019.07.23 14:28 기사입력 2019.07.2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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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부실개발과 오랜 증거인멸·환경부 공무원 문건 유출· 전직 국회의원 보좌관 소환 무마 청탁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 '가습기살균제 사건' 재수사에서 개발사와 판매ㆍ유통사는 물론 이들을 관리해야 할 공무원 집단까지 총체적인 무책임과 안전불감증이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는 인체에 유해한 가습기살균제를 제조ㆍ유통ㆍ판매하고 관련 증거를 인멸한 책임자들을 재판에 넘겼다고 23일 밝혔다. 아울러 내부 정보를 누설한 환경부 공무원,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소환 무마 등을 알선하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전 국회의원 보좌관 등까지 총 34명이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검찰은 우선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ㆍ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이 포함된 '가습기메이트'와 이마트 자체브랜드(PB) 상품 '가습기살균제'의 개발ㆍ제조ㆍ판매에 관여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을 포함해 이마트ㆍGS리테일ㆍ퓨앤코ㆍ필러물산 임직원 18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으로 기소했다. 다만 검찰은 고발 대상에 포함됐던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에 대해서는 비공개 소환 및 서면 조사 등을 거쳤지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확인되지 않아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첫 번째 수사 당시 CMIT·MIT 원료를 제조·판매한 기업의 과실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측면이 있었지만, 이번 수사를 통해 이들 기업의 과실이 규명됐다”고 수사의 의의를 밝혔다. 검찰은 특히 “1994년 최초 가습기살균제에 개발 당시 자료인 서울대 흡입독성 시험 보고서, 연구노트 등을 압수해 최초 개발 단계부터 안전성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부실하게 개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영순 서울대 연구팀은 가습기 메이트에 노출된 실험용 쥐들에 병변이 발생하고 백혈구 수치가 감소해 안정성 검증을 위한 추가 시험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담겨있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이 담긴 보고서가 회신되기도 전에 ‘가습기 메이트’가 출시됐다.


또 가장 많은 피해자가 나온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 성분의 가습기살균제 원료를 공급한 전 SK케미칼 임직원 4명도 이번에 기소됐다. 2016년 1차 수사 당시 이들은 PHMG가 가습기살균 원료로 사용되는지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해 처벌을 피해간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수사에선 PHMG의 독성정보를 판매사에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혐의와 가습기살균제 원료로 쓰이는 것을 알면서도 독성실험 보고서 제목만 바꾸고 계속 공급한 혐의가 드러나 기소됐다.

진상규명을 조직적으로 방해하려던 시도도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SK케미칼 임직원 5명은 2013년 '가습기살균제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해 서울대 보고서를 은닉하는 등 혐의로 기소됐다. 또 애경산업은 1차 수사 당시 중앙연구소 직원 55명에게 하드디스크 교체와 이메일 삭제를 지시해 관련 연구자료를 인멸한 것으로 나타나 책임자 3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마트 역시 수사 압수수색 당일 가습기살균제 담당 직원이 노트북 1대를 숨긴 것으로 밝혀졌다.


판매기업과 공무원, 국회의원 보좌관 간 유착도 밝혀졌다. 환경부 서기관 A씨는 2017년부터 환경부 국정감사 자료, CMITㆍMIT 함유 가습기살균제 건강영향 평가 결과보고서 등 각종 내부자료를 제공하는 대가로 애경산업으로부터 수백만 원을 챙긴 것으로 검찰에서 조사됐다. 지난해 11월 애경산업 직원에게 검찰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이니 압수수색에 대비해 자료들을 삭제하라고 말해준 혐의도 받는다. 아울러 전직 국회의원 보좌관 B씨는 지난해 6월 사회적특조위의 소환 무마 알선을 명목으로 애경산업으로부터 수천만 원을 수수한 혐의 등을 받는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화학물질 평가와 등록 등을 담당하는 환경부가 가습기 살균제 업체 등에게 내부자료를 전달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환경부와 기업의 유착 의혹도 불거졌지만 검찰은 환경부의 책임을 묻기에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환경부에서 유출된 공문이 있는지 확인했는데 대부분 공개된 문건이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들 회사에 있던 자료들이 3~5년에 걸쳐 대부분 인멸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또한 “(기업들도) 대관업무를 하기 때문에 교류는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지만 기소할 만큼의 사항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책적인 측면까지 보진 않았지만 유해물질을 등록·신고 과정에서 환경부의 책임을 규정하는 법령상 일부 미흡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관련 부분에 대해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짚어본다고 하니 판단에 맡기겠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향후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 특별공판팀을 구성해 책임자들이 죄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받을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또 CMIT·MIT 성분이 담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다이소 등 군소업체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용량이나 성분이 달라서 인체 유독성 실험을 의뢰한 상태다”며 “실험 결과에 따라 처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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