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핀테크 발전과 깊어지는 저축은행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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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핀테크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모바일뱅킹이나 애플리케이션(앱) 카드 등에서 볼 수 있듯 금융과 IT를 결합한 핀테크는 새로운 응용, 제품, 프로세스 및 비즈니스 모형을 통해 기존 금융산업을 대체하거나, 훨씬 매력적 가격으로 더 높은 양질의 금융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을 가능케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애플페이나 알리페이 등도 핀테크를 이용한 지급결제방식의 혁신적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시장 기준 39개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기업 중 16개사가 핀테크 기업으로 한국의 핀테크 기업인 비바리퍼블리카(간편송금 앱 '토스' 운영사)도 그중 하나다.

세계적으로 규제기관들이 핀테크 스타트업들에 금융시장 진입장벽을 낮춰 준 것은 은행이 가진 독점 영역을 해체해 경쟁을 촉발함으로써 금융의 혁신적 변화를 촉진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규제기관의 호의적 분위기를 기회로 핀테크 스타트업 인가 및 면허신청도 활발해 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그간 은행의 전통적 기능이었던 지급 및 대출이 핀테크 스타트업의 핵심 영역이 됐다. 핀테크 스타트업의 도전이 가시화되자 은행은 스스로 핀테크 벤처기금을 만들어 경쟁자들보다 우위를 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핀테크 기업과 파트너십 관계를 구축하는 등 적극적 대응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저축은행도 이런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금융으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대형 저축은행은 독자적 모바일 금융플랫폼을 개발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저축은행중앙회 통합금융정보시스템(IFIS)을 사용하는 저축은행을 위해 중앙회는 오는 9월 모바일ㆍ인터넷뱅킹 시스템을 오픈해 은행과는 다른 개성 있는 서비스로 고객에게 다가갈 예정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은행과 비교해 규모도 턱없이 작고, 각종 규제에 얽혀있는 저축은행은 사정이 녹록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은행 대비 저축은행의 수신은 4.29%, 여신은 3.69% 수준이고, 79개 저축은행 중 자산규모가 1조원이 넘는 저축은행은 26개사에 불과하다.


이와 같이 저축은행은 은행에 비해서 여ㆍ수신 점유율 및 허용 업무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소규모임에도 은행과 동일한 자금중개기관으로 분류돼 지급 및 대출에서 은행 수준의 강한 규제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 투기를 방지하기 위한 가계대출 및 부동산 대출 억제책, 즉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넘어 총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DSR)과 같은 대출규제가 은행에 도입된 뒤 시차를 두고 저축은행에도 동일한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은행과 동일한 수준의 대출규제가 저축은행에도 시행되면 규모나 규제로 인해 변화의 기회를 얻지 못한 저축은행은 은행보다 훨씬 큰 생존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더구나 수신 금융기관이 부담해야 하는 예금보험료의 경우도 저축은행은 0.40%로 은행(0.08%)보다 5배나 더 높은 고비용 구조의 영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저축은행은 제도권 금융시스템의 하부구조를 담당해 소득이나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에 접근할 수 없는 가계나 중소기업 등에 자금을 공급하는 중요한 금융기관이다.


핀테크 스타트업의 육성을 통해 소비자에게 더 편리하고 한 차원 높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금융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은 반길 일이지만 소비자 중에서도 열위한 위치에 있어 은행이나 핀테크를 통해서 적절한 혜택을 누릴 수 없는 금융취약계층을 위한 중소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저축은행 역할과 경쟁력도 함께 고민돼야 한다.


한편으론 은행과 똑같은 규제 틀로 영업제약을 받고, 다른 한편으로는 새롭게 금융산업에 진입하는 핀테크 스타트업과 경쟁을 해야 하는 저축은행이 금융산업에서 공정한 경쟁을 해 나갈 수 있는 규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공정한 경쟁 환경과 규제 틀, 비용구조를 만들어 줘야 핀테크 기업, 저축은행들이 은행과 상호 보완관계를 유지하면서 성장하고, 신용등급에 의해 차별화 된 금융수요자에게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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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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