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게임중독'일까?" 장애·질병 판단 기준보니…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부여 앞두고 주무부처·관련업계 반박
"충분한 연구·과학적 근거·사회적 합의 부족" 우려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과몰입을 술이나 담배, 약물, 도박과 같은 중독요인으로 분류하는 결정의 순간이 임박했다. 이에 국내 게임 산업을 관장하는 주무부처와 관계기관, 관련 업계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게임이 다른 중독물질처럼 질병을 유발한다는 근거가 부족하고, 충분한 연구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6년 전부터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규정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여전히 과학적 논의가 부족하다는 우려도 내세우고 있다.
WHO는 오는 20~28일 스위스에서 열리는 세계보건기구총회에서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등재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의 승인 여부를 정할 방침이다. ICD-11이 통과될 경우 WHO의 결정에 따라 게임이용장애는 중독으로 규정되고 사람에게 발생하는 질병이나 사망 원인의 하나로 분류된다. 나라별로 치료나 재활에 필요한 정책 방향을 수립하는 데 이 지침을 따른다. 우리나라도 이를 근거로 향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게임이용장애 항목을 추가할 가능성이 크다.
게임은 미국 정신의학협회(APA)가 2013년 발표한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 제 5차 개정안(DSM-5)'에서 장애요소로 처음 언급됐다. APA는 '혼자나 다른 사람들과 게임을 하기 위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인터넷을 사용함에 따라 유의미한 임상적 손상이나 고통을 야기하는 경우'를 '인터넷 게임장애'로 명시했다. 그러면서 12개월 동안 다음 9가지 항목 가운데 5개 이상의 증상이 나타날 경우 이를 질환으로 볼 수 있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 다음은 APA의 인터넷 게임장애 판단 기준
1. 인터넷 게임에 대한 집착(이전 게임 내용을 생각하거나 다음 게임을 미리 예기함 : 인터넷 게임이 하루 일과 중 지배적인 활동이 됨) ※주의 : 이 장애는 도박장애 범주에 포함되는 인터넷 도박과 구분된다.
2. 인터넷 게임이 제지될 경우에 나타나는 금단 증상(이러한 증상은 전형적으로 과민성, 불안 또는 슬픔으로 나타나지만 약리학적 금단 증상의 신체적 징후는 없음)
3. 내성 - 더 오랜 시간 동안 인터넷 게임을 하려는 욕구
4. 인터넷 게임 플레이를 제어하려 시도하지만 실패
5. 인터넷 게임을 제외한 이전의 취미와 오락 활동에 대한 흥미 감소
6. 심리사회적 문제를 인지하면서도 과도한 인터넷 게임을 지속
7. 가족, 상담사 등 타인에게 인터넷 게임 플레이 시간을 속임
8. 부정적인 기분(무력감, 죄책감, 불안 등)에서 벗어나거나 이를 완화시키기 위한 인터넷 게임 플레이
9. 인터넷 게임으로 인해 중요한 대인관계, 직업, 학업 또는 진로 기회를 잃거나 위태롭게 함
4월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2회 태그톡(T.A.G talk) 'Gaming Disorder, 원인인가 결과인가' 심포지엄[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이와 관련해 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이 항목에 게임 대신 자전거 타기 등 일상의 취미활동을 대입하더라도 비슷한 증상이 다수 도출될 수 있다"며 "인터넷 게임에 특정해 질병코드를 부여하려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APA도 6년 전 DSM-5를 발표하면서 "게임장애가 정식 질병으로 인정받기에는 과학적 연구나 근거가 부족해 질병코드 부여를 보류했다.
게임과학포럼 상임대표인 이경민 서울대 의대 교수는 "게임에 과몰입하는 다양한 원인을 배제한 채 이용자 개인적 문제로 환원시켜 질병으로 규정하는 것은 '과잉 의료화'"라며 "이는 근본적인 문제 인식과 효과적인 해결을 방해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게임산업을 관장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콘텐츠진흥원도 게임과몰입이 술이나 담배, 약물, 도박처럼 중독을 야기하는 물질이 아닌 다른 원인 때문에 발생한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WHO의 질병 분류 움직임에 반박했다. 가령 부모의 양육 태도, 학업 스트레스, 교사와 또래의 지지 등 다양한 심리사회적 요인 때문에 발생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게임에 몰입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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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WHO에 게임이용장애의 질병 등재를 반대하는 입장을 전달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뒷받침하는 정의준 건국대 산학협력단 교수의 '게임이용자 패널(코호트) 조사 1~5차년도 연구' 결과와 현재까지 발행된 1~4차년도 보고서 원문도 참고문헌으로 포함했다. 강경석 콘텐츠진흥원 본부장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는 게임 산업에 대한 극단적인 규제로만 작용할뿐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며 "학계와 업계 관계자들과 협업해 게임과몰입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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