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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날엔…] 정치개혁의 아이콘 될 뻔한 영등포 청과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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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열린우리당, 농협 폐공판장 자리에 새로운 당사 마련…100년 정당 내걸며 17대 총선 과반 의석 돌풍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청명한 가을날씨를 보인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너머 하늘에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청명한 가을날씨를 보인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너머 하늘에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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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살렸다! 대통령 살렸다!” 수백명의 목소리가 서울 영등포 청과물시장을 쩌렁쩌렁 울렸다. 2004년 4월15일 제17대 총선 출구조사가 발표된 이후 열린우리당 개표상황실 풍경이다. 개표상황실은 청과물시장 공판장 주차장에 마련됐다.

열린우리당 의원과 당직자들은 과반 정당 의석 달성이라는 방송 출구조사를 지켜본 뒤 기쁨의 눈물을 감추지 않았다. 열린우리당은 수도권 압승을 바탕으로 지역구에서만 129석, 비례대표를 포함해 152석을 얻었다.


서울은 48석 중 32석, 경기는 49석 중 35석, 인천은 12석 중 9석을 석권할 정도로 대승이었다. 2003년 11월11일 창당한 열린우리당은 원내 47석의 미니 여당이었다. 당시 한나라당(145석)은 물론이고 새천년민주당(62석)과 비교해도 초라한 원내 제3당의 신세였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개혁의 깃발을 표방하며 ‘100년 정당’의 기치를 내걸었다. 영남(한나라당)과 호남(새천년민주당)이라는 확실한 지역적 지지기반 없이 진보·개혁이라는 가치를 내건 신생 정당의 탄생, 정치사 측면에서도 주목할 사건이었다.

그러나 현실 정치의 벽을 고려할 때 미니 여당의 성공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던 사람은 많지 않았다. 50석도 안 되는 의석으로는 참여정부의 국정운영은 가시밭길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열린우리당은 2004년 4월 총선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서 당사를 영등포 농협 청과물 폐공판장 자리로 옮기기로 했다. 열린우리당이 당사를 옮기기 전까지는 노숙자들이 잠을 청했을 정도로 낡고 열악한 공간이었다.


당사 이전을 위한 리모델링을 진행했지만 폐공판장의 본 모습 자체를 가릴 수는 없었다. 열린우리당의 새로운 당사는 과일 상점이 즐비한 영등포 청과물시장에 마련됐다. 덕분에 사과, 수박 등 계절 과일을 맛보는데 유리했지만 불편함이 더 컸다. 청과물시장 주변 환경의 열악한 현실을 고려할 때 악취와 오물에 대한 걱정은 애교 수준이었다.


열린우리당이 17대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것은 개혁 정당이라는 확실한 색깔도 영향을 미쳤지만 2004년 3월12일 탄핵 역풍에 대한 정치적 반사이익과 무관하지 않다. 당시 국민들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이 부당하다고 인식했고 4월 총선을 통해 민심의 분노를 드러냈다.


상대적으로 지역색이 옅은 수도권에서 열린우리당이 대승을 거둔 이유다.


여의도 앞 번듯한 빌딩에 입주하는 게 일반적이었던 정당 당사의 관행을 바꿔놓았던 영등포 청과물시장 열린우리당 당사.


열린우리당이 100년 정당의 정치적 비전을 지금까지 실천했다면 영등포 청과물시장은 정치개혁의 아이콘으로 대접받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2007년 8월 대통합민주신당과의 합동 과정에서 해체의 수순을 밟게 된다. 2003년 11월에 창당한 지 4년도 안 된 상황에서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셈이다.


열린우리당 해체는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집권을 막기 위한 정치적인 이합집산의 과정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MB시대’의 개막을 막지 못한 채 개혁정당의 깃발만 거두는 결과로 이어졌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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