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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삯 걱정했던 90년대 단일팀, 이제는 선수 '동의'가 제일 걱정

최종수정 2019.02.04 08:00 기사입력 2019.02.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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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포르투갈 세계청소년축구대회, 정부 대책회의서 항공편ㆍ대남선전활동 우려
2018년 평창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시 선수선발 둘러싸고 잡음 불거져
도쿄올림픽 여자농구ㆍ카누 등 단일팀 가시화..다른 종목서도 선수의견수렴 최우선

지난해 8월 아시안게임 카누용선 500m 여자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딴 남북단일팀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해 8월 아시안게임 카누용선 500m 여자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딴 남북단일팀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역사상 두번째 남북 단일팀을 꾸렸던 1991년 세계청소년축구대회 당시, 우리 정부의 고민은 선수선발이나 단일팀 운영과 관련한 것보다는 대회가 열리는 포르투갈까지의 항공편, 공보ㆍ대외업무 등 '경기 외적인 요소'가 많았다. 당시 북측은 선수단 귀환 시 리스본에서 평양까지 전세기를 띄울 계획이었는데, 우리는 비용이 많이 들고 일정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전세기의 경우 기종에 따라 25만~40만달러 정도에 기간도 20일가량 들 것으로 추산됐다. 문화부ㆍ국가안전기획부 등 관계부처 당국자가 모여 회의를 연 시점에는 이미 대회가 시작한 후였다. 결국 런던까지 민항기를 이용한 후 리스본까지 전세기를 타는 일정으로 조율했다.

그보다 한달가량 앞서 사상 첫 단일팀을 꾸렸던 일본(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는 북측의 조직적인 '선전' 활동에 대해 우리 정부에서는 탐탁지 않게 여겼다. 일본에는 우리는 물론 북측 교민이나 조총련 등이 있는 만큼 우리 정부 입장에선 불편한 상황이 종종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해 성사됐던 UN 가입문제을 둘러싸고도 신경전이 벌어졌다. 우리나라는 분단 후부터 꾸준히 UN 가입을 추진했는데 옛 소련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는데, 당시는 냉전이 끝나갈 조짐을 보이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평창올림픽 개막을 앞둔 1월, 세라 머리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총 감독과 박철호 북한 감독이 충북 진천군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빙상장 앞에서 처음으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평창올림픽 개막을 앞둔 1월, 세라 머리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총 감독과 박철호 북한 감독이 충북 진천군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빙상장 앞에서 처음으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당시 코리아단일팀의 경우 남북 선수(각 9명)는 물론 임원이나 지원인력 역시 각각 15명, 7명씩 동수로 구성했다. 북측에서는 국가체육위원회 소속의 노련한 이가 참여했는데 우리는 대한올림픽위원회 장축식 부위원장을 비롯해 대표팀 코치 일부와 축구협회 간부 등 대북관계에 있어선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이가 대부분이었다. 당시 우리 문화부 주재로 열린 각 부처실무진 대책회의에서도 "북측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이 있는 노련한 인사가 다수 포함됐음을 감안할 때 장충식 단장에게 북측 임원의 행동이 부담될 우려가 있다"면서 동행한 안기부 공작심의실장이 현지 대책반장으로 활동하도록 했다.


28년가량 지난 2019년, 남북단일팀을 꾸리는 과정에서 중요한 건 더 이상 이 같은 남북 분단에 따른 정치적 요인이 아니다. 단일팀이라는 '대의'를 위해 자칫 선수 개개인이 희생하거나 피해를 입는 건 아닌지,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에 일선 선수가 피해를 입는지 따져보는 게 더욱 중요한 일이 됐다.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향후 국제무대에서 단일팀을 구성해 출전하자는 데에는 큰 틀에서 뜻을 맞췄지만 그렇다고 모든 대회마다 순조로이 단일팀을 꾸릴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 건 아니다.

지난해 평창올림픽 당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의 경우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국제경기연맹 차원에서 엔트리 확대라는 특혜를 입었지만 그 이후 대회에선 그런 특혜를 바랄 수 없게 됐다. 내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남북이 단일팀을 구상중인 가운데 우리 정부가 고심하는 부분도 이 지점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대회에 나설 수 있는 엔트리가 어차피 결정돼 있는 상황인데 단일팀을 구성한다면 북측 선수가 합류할 테고 그러면 우리 선수가 빠지는 게 불가피하다"면서 "개별 종목 차원에서 단일팀 의향을 파악할 때도 각 경기단체의 집행부는 물론 선수 차원에서도 그런 부분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지를 우선 살펴보고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토마스 바흐 IO 위원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바흐 위원장은 독일 출신으로 올림픽 등 국제스포츠대회에 남북단일팀 구성에 긍정적인 의향을 비치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토마스 바흐 IO 위원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바흐 위원장은 독일 출신으로 올림픽 등 국제스포츠대회에 남북단일팀 구성에 긍정적인 의향을 비치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비인기종목의 경우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대회를 바라보고 수년을 노력하는 선수가 적지 않은 만큼, 엔트리 한두명이 늘거나 줄어드는 건 개별 선수에겐 자칫 선수생명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다. 지난해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구성했을 때도 정부의 일방통행식 결정을 두고 해당 종목이나 체육계는 물론 국민 사이에서도 비판이 거셌다.


오는 15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에선 IOC 주재로 남북의 체육장관이 함께 단일팀 구상 등을 설명하는 회의가 열린다. 지난해 남북 체육회담에서는 여자농구나 카누ㆍ조정 등 지난 아시안게임에서 단일팀을 갖췄던 일부 종목을 비롯해 일부 종목에서 추가로 단일팀 의향이 있다는 의사를 서로 확인했다. 최근 세계선수권대회를 치른 남자 핸드볼이나 탁구 등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지난해 회담에선 어느 정도 접점을 찾은 종목을 포함해 남북이 각각 7~8개 정도씩 종목을 제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체부 관계자는 "도쿄올림픽의 경우 올해 열리는 각종 예선전부터 단일팀을 꾸리는 쪽으로 조율중"이라며 "남북 당국간은 물론 IOC나 각 종목별 국제단체의 의향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해당 종목의 우리 대표팀이나 선수들과도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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