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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세장 발행한 CB, 약세장 주주 대상 증자로 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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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 주가 급락으로 전환가 미달 상장사 속출
지난해 10월 이후 만기 전 CB 상환 상장사 전년 대비 40% 증가
유보 현금으로 대응못한 상장사 주주배정 증자로 차입금 상환

[아시아경제 박형수 기자] 디스플레이 검사장비 개발업체 영우디에스피는 2017년 4월 국내 유명 기관 투자가를 대상으로 만기 이자율 0%인 '제로금리' 전환사채를 발행해 180억원을 조달했다. 사채 발행 직전 해인 2016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52%, 3291% 급증할 정도로 성장기였던 만큼 좋은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조달한 자금은 제품 수요가 급증할 것에 대비한 공장 신축에 사용했다. 경기도 용인시에 81억원 규모의 토지를 취득했고 토목공사도 진행했다.

영우디에스피는 디스플레이 장비 시장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봤고 투자자도 영우디에스피 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CB 투자자가 이자수익을 포기하고 주식 전환권을 확보할 수 있는 CB에 투자한 이유다.
하지만 사채를 발행한 첫해 영우디에스피는 영업이익 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93% 줄었다. 매출액은 77% 증가했지만 외화손실이 발생하면서 이익이 급감했다. 예상치 못한 실적 감소로 주가는 미끄럼을 탔다. 업황 부진까지 겹치면서 영우디에스피는 실적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사채 발행 당시 수정주가 기준으로 8000원을 웃돌던 주가는 현재 1000원 선을 밑돌고 있다.

영우디에스피는 올 4월부터 CB 조기상환 청구가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에 나섰다. CB 만기일은 2022년이지만 투자자는 채권 발행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조기상환 청구를 할 수 있다. 구주 1주당 신주 1.48주를 발행해 109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2년 전 발행한 CB 180억원을 상환하는 데 부족하므로 영우디에스피는 매출 채권을 회수하고 매입채무 결제일도 연장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시장 부진 여파로 전환 조정 속도보다 주가 하락 빨라 = 비단 영우디에스피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상장사가 1~2년 전 저금리로 발행한 CB 조기상환 요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코스닥 시장이 약세로 돌아서면서 CB 전환가격보다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고 덩달아 조기상환 요구도 증가하는 추세다. 내부 현금으로 조기 상환 요구에 대응하지 못하고 외부 자금 조달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이후로 만기 전에 전환사채를 상환한 상장사는 73개로 전년 동기 52개사 대비 40%가량 증가했다. 일부는 발행사가 채권을 만기 전에 매도할 것을 요구하는 콜옵션을 행사했지만 대다수는 채권자가 조기 상환을 요구하면서 만기 전 상환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코스닥 지수가 822.27에서 675.65로 17.8% 급락한 여파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여파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감소하면서 상당수 코스닥 상장사 주가도 하락했다. 코스닥시장 상승기였던 2017년부터 지난해 사이에 발행한 CB에 대한 전환가 조정 속도보다 주가 하락이 빨랐던 탓에 전환가격을 밑도는 상황이 발생했다.

◆조기 상환 요구 늘어…일부 상장사 증자로 자금 마련 = 주가가 하락하자 보통주 전환권리를 포기한 채권자가 서둘러 자금 회수에 나섰다. 우진비앤지 , 영우디에스피, 버킷스튜디오 등 일부 상장사는 상환 자금을 마련하려고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다. 우진비앤지 의 경우 구주 1주당 신주 0.6주를 발행해 134억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해 11월20일 전환사채 투자자의 조기상환 청구에 따라 32억원 규모의 사채를 만기 전에 취득했다. 우진비앤지 주가는 2000원 선에 머물고 있다. 2016년 5월 발행한 CB 전환가 4116원의 50% 미만이라는 점에서 주식 전환을 통한 차익 실현은 요원한 상태다. 우진비앤지 는 조기상환 청구에 대응하려고 신한금융투자로부터 자금을 융통했고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상환할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지수가 상승할 때 저금리 또는 제로금리 CB 투자가 유행했다"면서 "시중에 넘치는 자금은 과잉투자로 이어졌고 경기침체 징후가 예상보다 빨리 나타나면서 일부 상장사는 조기상환 요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차입금 상환 목적 주주배정 증자의 경우 최대주주가 배정 물량을 모두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CB 물량이 많은 상장사에 투자할 땐 보유 현금 규모를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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