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기자 마이클 브린의 눈에 비친 오늘날 한국, 한국인
1999년 '한국인을 말한다'를 쓴 후 약 20년 만에 낸 속편
"투석기에서 발사된 사람들처럼 미래를 향해서 돌진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집권한 9년의 제목은 '2보 후퇴'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가라앉은 배는 탐욕스러운 한국의 상징이다. 탐욕의 대가는 무고한 인명의 희생이다.'
이 도발적인 표현을 쓴 주인공은 전 주한 외신기자 클럽 회장 마이클 브린이다. 브린은 1999년 '한국인을 말한다'를 쓴 후 약 20년 만에 속편을 출간했다. 애초 브린이 생각한 속편의 제목은 '통일된 한국인'이었다. 저자는 한강의 기적, 민주주의 발전, 통일로 이어지는 세 차례 기적을 통해 한국이 일본 식민통치와 남북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고 속편의 제목은 '한국, 한국인'으로 바뀌었다. 대립,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커진 지금, 제 3자는 한국 사회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적절한 대답이 될 수 있는 책이다.
브린은 한국인의 정체성을 먼저 규명한 후 역사, 경제, 정치를 다루고 통일 등 한국의 미래를 이야기한다.
평가는 냉정하고 단호하다. 조언도 서슴지 않는다. '한국인은 성미가 급한 민족이며 자신이 상상하는 선진국 사람들처럼 되기를 갈망한다. 그리고 자신의 나라가 눈높이에 미치지 못할 때는 지나칠 정도로 자책한다', '한국인은 모든 사람을 국적에 따라 분류하려는 성향 때문에 국제 무대에서 소국에서 온 사람처럼 자격지심을 느끼는 것이 보통이다. 한국은 기적을 창조했지만 스스로 왜소하다고 오랫동안 느껴왔다', '서울에서는 런던에 있을 때보다 더 빨리 걷게 된다. 한국인들 틈에서 살다 보면 목적을 의식하게 된다.', '너무나 역동적이고 대단하다. 투석기에서 뒤로 잡아 당겨졌다가 발사된 사람들처럼 미래를 향해서 돌진하고 있다', '권력에 머리를 숙이면서도 쓸 만한 무기를 찾느라 두리번거린다.'
재벌에 대해서는 국가에 많은 기여를 했지만 사회가 재벌들에게 변화와 행동의 정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재벌 기업들이 해외에서 직면하는 경쟁을 국내에 도입하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그의 냉철한 진단에 불편한 느낌도 없진 않을 것이다. 1999년의 저작 '한국인을 말한다'와 비교해도 브린이 한국 사회를 보는 관점에 다소 부정적인 시선이 더해졌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몰랐던 우리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이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브린도 한국에 대한 인식이 다소 바뀌었지만 한국은 여전히 뒤처짐이 아닌 앞으로 나아가는 발전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고 평한다.
(마이클 브린 지음/장영재 옮김/실레북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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