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소송’ 가능성도 불사한 김상조 위원장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1일 합병 관련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고,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400만주를 6개월 내 매각하라고 요구했다. ‘공정위의 과거에 대한 반성의 일환’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2015년 삼성물산과 구 제일모직 합병 당시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500만주만 매각하라고 했던 판단이 잘못됐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나아가 삼성의 소송 가능성까지 제기하며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 추진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김상조 “삼성 소송할 수도” = 김 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가진 브리핑에서 “공정위는 과거 잘못을 바로잡고, 그를 통해 공정한 경제질서를 만들 책무를 갖고 있다”며 “물론 삼성 입장에서는 기존 신뢰가 침해됐다는 것을 바탕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삼성이 소송을 제기한다면, 그에 대한 판단은 최종적으로 법원의 몫”이라며 “공정위는 과거 잘못을 바로잡음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그를 기초로 공정한 경제질서를 확립하기위한 노력과 그 사회적 책무를 중단없이 수행할 것”이라며 의지를 내비쳤다.
이날 공정위는 2015년에 마련한 합병 관련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고 이를 예규로 제정해 법적 근거를 마련키로 했다. 지난 8월 법원에서 기존 가이드라인 작성 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는 판결이 나왔고, 10월 국회에서도 기존 가이드라인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국정감사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또 개정된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400만주를 매각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라고 지시하며 6개월간의 말미를 줬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합병이 끝난 지 한참이 지난 지금 와서 ‘공정위 판단이 잘못됐다’며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고, 이를 소급적용한 것은 정부와 기업간 심각한 신뢰훼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소급효(遡及效)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공정위 내부에서 검토하고 다수의 법률전문가로부터도 조언을 구한 결과, 모든 행정학자와 경제학자가 소급효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단 삼성의 신뢰보호와 관련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삼성이 갖고있는 신뢰라는 법익과 공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공익 두 가지를 비교해야 하는 문제가 될 것”이라며 “이와 관련해서는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1심 판결문에 ‘삼성 전략실의 성공한 로비의 결과’라는 문구가 적시되어 있으며, 공정위는 공익을 보호하기 위해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을 변경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순환출자 가이드라인, 정확히 뭐가 바뀌었나 = 이번 개정안에서 바뀐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은 일부분이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순환출자 해소 문제에는 ▲순환출자 고리 내 합병에 대해 어디까지 적용을 제외할지 ▲합병을 통해 순환출자 고리 바깥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경우 어떻게 판단할지 ▲순환출자 고리가 중복되어 작은 고리와 큰 고리에 동시에 포함되는 경우 어떻게 판단할지 등 세 가지 쟁점이 있다.
김 위원장은 “이 세 가지 쟁점은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존재한다”며 “쟁점 해결을 위한 방향에는 정답이 없고, 공정위가 법조문 집행을 위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2년 전 공정위가 이 판단 기준을 세울 때 일관성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이에 공정위는 첫 번째와 세 번째 쟁점에 대해서는 예전과 동일하게 판단하되, 두 번째 문제인 ‘합병을 통해 순환출자 고리 바깥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경우’에 대한 판단을 바꿨다. 합병을 통해 순환출자 고리 바깥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경우는 순환출자 고리 내 소멸법인과 고리 밖 존속법인이 합병하는 경우인데, 기존 가이드라인에서는 이를 순환출자 강화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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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에 새로 바뀐 가이드라인에서는 이를 순환출자 강화가 아닌 ‘형성’으로 봤다. 소멸법인과의 합병을 통해 순환출자 고리 외부의 법인이 고리 내로 편입되는 것이므로, 합병 결과 나타난 고리는 새롭게 형성된 순환출자 고리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변경사항이 이번에 추가로 400만주를 매각해야 한다는 공정위 판단의 기준이 됐다. 김 위원장은 “삼성의 경우 (매각 주식수가) 1000만주에서 900만주로 바뀐 것은 쟁점 1과 관련된 사항 때문이지만, 900만주에서 500만주로 줄어든 것은 쟁점 2때문에 달라진 것”이라며 “900만주 매각 판단은 공정위 실무진의 의견이었고, 다시 한 번 검토해도 2년 전 실무진들이 내린 결론이 합리적이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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