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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광화문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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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처음 내놓았을 때 모두들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16차선 광화문로를 시민에게 돌려준다는 소식은 반가웠다. 늘 차량으로 들끓던 이곳은 군사정권의 대표적인 전시 행정 공간이었다. 과밀한 도심에 들어설 시민을 위한 여유 공간은 당장 화두가 됐다. 다만 어떤 모습을 가질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했다.
2009년 8월 광장이 열리고 한동안 이곳은 심심찮게 사람들의 입길에 올랐다. 광화문과 북악산을 잇는 뻥 뚫린 풍경을 기대했을 시민들에게 광화문광장은 '낯선 섬'이었다.

지금도 방문객을 처음 맞는 건 눈부신 황금색 동상이다. 광화문과 북악산을 가로막고 버티고 선 세종대왕상이다. 마치 절대 권력을 상징하는 자아도취적인 제왕의 모습은 낯설기 그지없다. '까막눈'인 백성을 위해 훈민정음을 창제했다는 세종대왕이 이 사실을 알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 꾸짖을 일이다.

게다가 광화문광장은 권위적인 축선 위에 자리한다. 과거 왕정이나 독재 권력이 힘을 과시하기 위해 차용한 도시 설계의 상징이다. 또 광장이 바라보는 건 과거 일제가 세운 남산 신궁의 터다.
전근대적 건축물인 광화문 광장은 그렇게 7년여의 시간을 허비했다. 그리고 지난해 말 탈바꿈했다. 국가 행사를 위한 정치적 광장을 원했던 위정자들에게 촛불집회로 상징되는 시민혁명의 힘을 보여주면서부터다.

바람 잘 날 없었던 지난해의 마지막 토요일, 시민들은 처음으로 광장으로 몰려들었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1박2일에 걸친 100만명 규모의 집회를 열었다. "대통령 퇴진"을 외치던 목소리는 지난 3월 헌법재판소의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 결정으로 이어졌다.

'다사다난(多事多難)' '격동(激動)' '롤러코스터'. 연말이면 빠짐없이 등장하던 이 표현들은 올 세밑에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역사는 지금도 움직이고 있다. 촛불집회와 탄핵의 결과물인 조기대선을 거쳐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핵과 한중 외교 등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반세기 넘게 억눌린 시민사회의 에너지가 분출됐던 광화문광장은 지금도 조용히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우리에게 광장이란 무엇일까. 도시국가에서 유래한 유럽과 달리 우리가 광장을 접한 건 근대 이후의 일이다. 광장은 정치ㆍ경제ㆍ사회ㆍ종교ㆍ문화의 중심이기도 하다.

지금도 주변에선 새로운 건물과 공간이 끊임없이 탄생하고, 새로운 주장과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닫힌 공간에서 열린 공간으로 거듭난 광화문광장은 논란의 해법이 될 전범(典範)이라 할 수 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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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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