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의료사고 공포'…손배소송 내도 1%만 완전 승소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서울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사망한 원인이 세균오염으로 굳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의료사고 공포'가 커지고 있다.
환자의 경우 의사에 비해 의학 지식과 정보량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의료사고가 일어나더라도 원하는 만큼의 배상을 받아내기가 쉽지 않다. 최근에는 의료전문 변호사가 늘고 중재기구도 안착해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환자들에게 의료사고는 '공포'일 수밖에 없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 민사소송은 총 4019건에 달했다. 소송은 2013년 1101건, 2014년 946건, 2015년 963건으로 매년 900~1000여건 정도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환자 측의 의료 분쟁 상담 건수도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2012년 2만6831건에 불과했던 상담 건수는 이듬해 3만6000여건으로 늘더니 지난해에는 4만7000건에 육박했다.
의료 사고의 경우 상대적으로 의학적 지식이 부족한 환자나 그 가족들이 병원의 과실을 온전히 입증하기가 어렵다. 실제 2012~2015년 의료사고 손해배상 소송 3778건 중 환자 측(원고)이 완전히 승소한 경우는 단 41건(1.1%)에 불과했다.
설령 재판 과정에서 병원의 과실이 입증된다고 해도 환자 측이 병원을 상대로 원하는 만큼의 배상금액을 받아내기 쉽지 않다. 중재원에 따르면 이처럼 법원이 병원의 책임을 제한해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하는 경우는 같은 기간 1102건(29.2%)으로 가장 많았다.
윤태중 의료 전문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의사에게 잘못이 있다고 해도 법원이 그 책임을 제약한다"며 "원래 몸이 안 좋았던 사람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의사가 실수를 해서 손해가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그 책임을 모두 의사에게 물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2012년 3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척추관 협착증 진단을 받아 수술을 한 A씨의 경우 수술 다음날 새벽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A씨의 가족들은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2년이 넘는 소송 기간 끝에 병원 측에 과실이 있었음을 입증했다.
그러나 병원의 이 같은 과실에도 법원은 A씨가 기저 질환을 앓고 있었고, 수술 자체에 위험성이 내재돼 있는 것을 고려해 병원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때문에 A씨의 가족은 당초 병원에 청구한 약 1억5420만원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약 4700만원의 배상금만 받았다.
병원의 과실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해 배상금은커녕 막대한 소송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게 되는 사례도 많다. B씨의 경우 지난해 9월 경기도에 위치한 대학병원에서 내시경을 받던 중 갑자기 사지가 늘어지더니 같은날 오후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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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의 가족들은 의식이 소실된 상황에서 즉시 검사를 중단했어야 함에도 병원이 계속 검사를 진행해 사망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다른 병원 소속 의료진의 감정 결과를 토대로, 병원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환자 측이 의료사고를 경험할 경우 병원 의무 기록을 우선적으로 확보하고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윤 변호사는 "로스쿨 도입 이후에 의사 출신 변호사들도 많아졌고, 병원에 과실이 있으면 승소하기도 크게 어렵지 않다"며 "소송 전에 중재기관을 찾아 상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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