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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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를 타기 전 우리는 불안에 떤다. 그러나 탄 후의 감정은 다르다. 불안과 두려움이 짜릿함으로 바뀌어 결국 다시 한번 롤러코스터를 찾게 된다. 투자 역시 인간들의 게임이다. 짜릿함과 흥분의 여운이 게임을 그만 두기 어렵게 만든다.

흥분은 변동성의 다른 모습이다. 단기적으로 손익 변동폭이 크면 클수록, 짜릿한 흥분에 투자자들은 열광한다. 손실에 대한 공포와 이익에 대한 과잉 기대가 중첩되는 구간은 트레이딩의 공간이다. 변동성 구간에서 트레이딩의 마술은 돋보이지만, 그 과실은 뛰어난 트레이더들이 독점한다. 트레이딩의 대상이 바뀔 뿐, 인간의 탐욕과 공포는 개미가 아닌 전문 트레이더의 사냥터일 뿐이다.


트레이딩의 영역은 필요하다. 투자자들 역시 선물, 옵션 거래에서 상품시장, 최근에는 가상화폐 시장까지 변동성이 주는 기회를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변동성의 파도에서 서핑을 하고 싶다면, 먼저 자신에게 질문해야 한다. 스스로가 투자자라는 착각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반문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스스로 투자가 아닌 투기적 변동성에 동참했음을 인지해야 변동성 중독에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변동성 중독이 무서운 이유는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데 있다. 도박하는 이들의 표정과 눈빛은 카지노의 슬픈 풍경이다. 도박 중독자들은 도박을 멈추지 못하는 핑계로 본전을 생각하지만, 실제 도박 중독증 환자들은 베팅하는 그 순간의 쾌락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비트코인 좀비'도 그냥 좀비일 뿐, 미래의 선각자는 아니다. 투기자일 뿐이다.


가상 화폐가 미래냐 아니냐라는 질문은 적절치 않다. 아무리 양보하더라도 비트코인이 실현한 블록체인 기술의 확장은 무궁무진하며, 탈중앙화라는 새로운 시대 이념에도 부합한다. 기록되면 복제화가 불가능한 블록체인의 강점은 인터넷 혁명에 비견될 정도이다. 매매, 증명, 물류 등등 그 어떤 정보라도 안전하게 유통할 수 있다면, 이는 산업구조의 틀 자체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의 지적은 다른 데 있다.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투기는 다르다. 가상화폐 시장을 변동성이 수반된 투기 시장으로 규정한다고 해서, 블록체인의 미래를 의심하는 건 아니다. 화폐의 속성은 신뢰이다. 가상화폐는 '암호'라는 새로운 신뢰로 통화의 탄생을 가능하게 한다. '신뢰'라는 새로운 무기가 암호화폐의 미래를 만드는 듯 하지만 이런 이유로 가상화폐 투기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인간은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지 않는다. 더 갖기를 갈망해 왔고, 돈(화폐)은 그 상징이다. 가상화폐는 그 용어 자체만으로 인간의 본능, 바로 투기를 자극한다. 하지만 아직은 과대 포장된 상징이다. 가상 화폐 투자자들의 맹목성과 급박함이 그 징후이다. 급작스러운 열기는 느닷없는 이벤트 하나에 식어버리곤 했다. 필자의 우려는 그 느닷없음에 있다.


그때 그때 대상은 달랐지만, 투기의 광풍으로 엄청난 부를 이뤘다는 성공스토리는 한결같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투기 시장에서의 승자는 소수일 뿐이다. 두 부류가 부를 축적한다. 하나는 타이밍의 예술사인 전문 트레이더, 또 하나는 거래중개자이다. 카지노나 거래소나 그 본질은 유사하다. 현금이 아닌 칩이나 증서로 거래하기 때문이다. 칩이나 증서는 현실 감각을 마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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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부류의 승자에 속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반문해야 한다. 가상 화폐 투기시장 무대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배역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이다. 엑스트라라도 무대에 설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혹시 끊임없는 노력에도 무대에 오를 수 없는 연습생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무대에 올라 연기 할 수 없다면, 무대를 떠나는 것이 낫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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