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한 詩]사람에 발이 묶여/이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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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억수로 오거나
 눈이 허리동이에 차거나
 폭풍이 일거나
 때 없이
 길이 꽉 막히거나 해서
 좀 더 있다 가려고
 조금만 더 놀다 가려고
 양말을 벗고
 상한 발을 주무르며
 묵은 이야기들을
 풀어놓다가 날이 저물어
 오늘도 못 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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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다. 송년회다 회식이다 행사다 해서 모임 자리가 매일이다. 이렇게 연말이면 한 번씩 모여 얼굴도 보고 그간 지내 온 이야기도 주고받고 술도 한잔 나눠 마시고 하니 참 좋다. 참 좋긴 한데 매번 집에 돌아갈 일이 아득하기만 하다. 이맘때면 지하철도 버스도 끊겼는데 잡은 손을 놓지 못하고 언 발만 동동거리는 일이 다반사다. 아쉬운 마음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하루하루 먹고사느라 그간 하지 못한 "묵은 이야기들을" "상한 발을 주무르며" 나누고 싶은 생각이야 굴뚝같지만 그래도 오늘 헤어져야 다음날 다시 또 만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렇긴 한데, 아무래도 에라 모르겠다, "오늘은 못 간다고" 문자 보내야겠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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