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재정硏 "韓 의료비 지출 OECD 평균 이상…비효율적 의료지출 줄여야"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새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 발표로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보장성을 강화하면서도 건보재정을 지키려면 의료 지출의 효율화가 선결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우현 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9일 '비효율적 보건 의료 지출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서 "의료 관련 가격지수를 보정하면, 한국의 의료비 지출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평균 이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의 의료비 지출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7.7%로, OECD 국가 평균인 9.0%에 비해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보건 관련 가격 지수를 보정해 1인당 의료비 지출 수준을 국제 비교할 경우, 한국의 의료비 지출은 OECD 평균을 상회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보건 분야 전체와 병원진료 가격 수준을 구매력 평가기준으로 국제 비교하면, OECD 평균 가격을 100으로 가정할 때 한국의 보건분야 가격 수준은 43, 병원진료 가격 수준은 57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보건분야와 병원진료 가격 수준이 OECD의 절반 수준인 셈이다. 김 연구위원은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는 한국의 의료 서비스 저수가 구조가 국제 비교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확인된 것"이라며 "OECD 국가 평균에 비해 양호해 보이는 한국의 의료비 지출 규모는 저수가 구조로 인한 착시 현상"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역시 이같은 저수가 문제를 여러 차례 지적해 왔다.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는 10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문재인 케어 반대 총궐기대회를 개최해 저수가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예정이다.
김 연구위원은 이제라도 비효율적 보건지출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용량 규모를 통제하기 위한 세부적인 연구와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시점"이라며 한국의 비효율적 보건 의료 지출에 대한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통계 자료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가 임상적 비효율 지출의 대표적 사례로 꼽은 것은 '높은 제왕절개 출산율'이다. 임상적 비효율이란 여러 원인으로 인해 환자가 필요로 하지 않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는 상황을 뜻한다.
한국의 평균 제왕절개 출산율은 36.8%로 OECD 국가 평균(27.5%)을 상회한다. 세계보건기구에서 이상적인 시술 비율로 제시한 15%의 두 배를 넘어서는 수치다. 지난 2015년 제왕절개 분만으로 건강보험공단이 지출한 요양급여비용만 해도 2382억원에 달한다.
한국의 만혼 현상과 산모의 출산연령 상승이 제왕절개 출산을 필요로 하는 임상적 위험을 증가시키고는 있지만, 한국과 비슷한 평균 출산 연령을 보이는 스페인, 룩셈베르크, 덴마크, 스웨덴 등의 국가는 상대적으로 제왕절개 출산율이 낮은 것을 보면 산모 출산연령 때문만은 아니다.
김 연구위원은 "분만 의료 사고 시 제왕절개의 조기 시행 여부가 의사의 과실 판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의료계의 현실"이라며 "현 포괄수가 체계 하에서 자연분만 유도 실패 이후 제왕절개를 시행할 경우 자연분만 유도를 위한 의료 공급자의 노력을 보상해주지 않는 점 등이 제왕절개 시술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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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의약품 지출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의 의약품 관련 지출은 전체 의료비 대비 21.4%로 OECD 평균(16.9%)보다 훨씬 높다. 김 연구위원은 "의약품 이용은 병원 입원 등 고가의 의료 서비스를 대체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과도한 지출은 임상적 비효율 지출의 신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정 계층에 처방이 장려되지 않은 의약품 처방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사례도 있다. 65세 이상 고령층의 처방을 금지한 벤조디아제핀의 경우 OECD 14개국 평균 1000명당 62명이 처방을 받고 있는 데 비해 한국은 평균 205.4명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항생제·항균제 처방도 과도하다. 한국은 전체 의약품 판매 중 5.6%가 항균제로, 이는 OECD 국가 평균(3.0%)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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