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굴욕' 안겨준 예산 정국…정우택 "내가 순진했다"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자유한국당은 이번 예산 정국을 통해 협상력 부재와 제1야당으로서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예산안 협상과 처리 과정에서 명분과 실리를 놓쳤을 뿐만 아니라 '한국당 패싱'이 현실화되면서 존재감을 상실했다.
먼저 원내 지도부의 협상 전략 부재를 그대로 드러냈다. 공무원 증원과 법인세 인상에 반대 입장이면서도 여야 3당의 예산안 합의문을 작성한 점이 발단이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6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과 잠정합의를 한 것"이라며 "그런데 제가 순진한 점도 있겠다. 저쪽 두 당에서는 이걸 '이미 합의 본 최종이다' 이런 식으로 언론플레이를 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한국당 지도부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선거구제 개편 등을 협상에 정략적으로 활용한 '밀실 야합'을 벌였다며 비판의 화살을 외부로 돌렸지만, 협상단의 실책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성태 한국당 의원은 "우리가 정말 제 1야당으로서의 처절함과 협상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되돌아봐야 할 문제"라며 "신세 한탄만 하고 이것을 국민의당만 탓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고 말했다.
야3당 공조를 통해 협상 창구를 다각화하는 방법이 있었지만 정부ㆍ여당의 양보만을 요구한 강경 일변도의 자세가 오히려 '자충수'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당 내에서는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이 이번에도 막판에는 민주당 쪽으로 기울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예산안 협상 막바지에 국민의당의 스탠스 변화를 감지했으면서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과정에서도 '한국당 패싱'은 또 다시 발생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의원총회 중이던 한국당을 배제한 채 오후 10시께 본회의를 속개해 법인세법 개정안을 전격 상정ㆍ처리한 것이다.
본회의 첫 번째 안건으로 상정된 법인세법 표결 처리에 한국당이 참여하지 않아 가결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법인세법은 재적의원 177명 중 찬성 133명, 반대 33명, 기권 11명으로 가결됐다. 그런데 한국당 의원 116명이 모두 표결에 참여해 반대표를 던졌다면 반대 149명으로 부결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또한 원내지도부가 본회의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는 내부 비판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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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 중 다행인 점은 오는 12일 새 원내지도부를 선출하는 원내대표 경선이 예정돼있다는 점이다. 예산 정국의 후유증을 씻어내고 당 분위기를 쇄신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대여 협상력과 전략이 차기 원내대표가 갖춰야 할 필수 역량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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