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원본보기 아이콘
지난달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 소속 연구기관으로 '국회미래연구원'을 설립하는 법안이 재석 235인 중 찬성 187인의 압도적인 지지로 가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기존 연구기관 및 다른 국회소속기관과의 기능 중복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래 환경의 변화를 예측·분석하고 국가 중장기 발전 전략을 도출함으로써 국회의 정책역량 강화와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제안 이유와 5년 단임 대통령제 체제에서 행정부 산하의 연구기관은 중장기 연구과제를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힘을 얻은 결과로 보인다.


되돌아보면 1972년에 발간된 <성장의 한계: 인류가 직면한 위기에 관한 로마클럽 보고서>는 '유한한 지구에서 인류는 영원히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전 세계에 던져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은 '시스템역학모델링 방법'을 고안한 제이 포레스터(Jay Forrester) 교수 등으로 구성된 미국 MIT공대 프로젝트팀이 2년에 걸쳐 '월드 3'라는 컴퓨터 모형을 구축하고, 2100년까지 12개의 미래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 한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6개 시나리오는 부정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붕괴'를, 나머지 6개는 긍정적인 시나리오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묘사했지만 어느 시나리오가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지는 보여주지 못했다. 다만 기준 시나리오(standard run: 현상유지 시나리오)에 의한 그들의 결론은 '지금과 같은 추세로 세계인구 증가와 산업화, 환경오염, 식량생산, 자원약탈이 변화 없이 지속된다면 지구는 앞으로 100년 안에 성장의 한계에 도달할 것이다'라는 것이었다.

이 보고서 한 권으로 로마클럽은 일거에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됐지만, 불편한 진실로 가득 찬 경종의 메시지에 대한 세상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었다. 1972년 당시, 사람들은 '지속 불가능하게 될 때까지 성장을 추구할 정도로 인류는 어리석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 보고서의 비관적인 예측에 대해서도 연구과정에서 부정확한 가정과 불완전한 자료가 입력돼 분석결과에 대한 신뢰성이 의심된다는 공격을 많이 했다. 특히 기술 발전으로 석유생산량이 더욱 증가하고, 가장 먼저 고갈될 자원으로 예측됐던 동선의 재료인 구리가 광섬유의 등장으로 고갈되지 않는 등 20세기 말~21세기 초에 자원이 고갈될 것이라는 보고서의 전망이 큰 오류인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에 호주 연방과학기술연구원(CSIRO)의 그레이엄 터너(Graham Turner)가 <성장의 한계>가 예측한 큰 그림이 틀리지 않았음을 전 세계에 확인시킴으로써 전세가 역전됐다. 1970년부터 2000년까지의 데이터를 이용해 현실세계가 <성장의 한계>에서 사용한 기준 시나리오의 예측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아무튼 <성장의 한계> 저자들은 '우리는 지속 가능한 길을 가고 있지 않다'라는 매우 분명한 경종의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인류가 붕괴의 시나리오로 가지 않고 합심해 지속가능한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기를 염원했었다. 이러한 바람은 이후 UN을 중심으로 한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개념을 국제사회에 제시하는 계기가 됐으며, 2000년 새천년개발목표(MDGs)에 이어 2015년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로 이어지고 있다. 또 경제·사회 문제에 대한 동태모형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분석, UN 차원에서의 매 2년마다 전 세계 인구추계라는 인류에게 매우 중요한 연구 인프라가 구축되는 성과도 낳았다.

우리나라도 1971년에 설립된 KDI가 1976년과 1977년에 국내외 전문가 381명과 같이 작업한 대규모 장기전망 작업 결과인 <장기 경제사회발전 1977~1991>은 최초의 경제사회발전 5개년계획(1982~1986년) 수립의 밑바탕이 됐다. 그러나 2006년 8월, 정부·민간 합동작업단이 야심차게 발표했던 <함께가는 희망한국 VISION2030>은 범정부 차원에서 한 세대 앞을 내다보는 최초의 장기 종합전략 보고서였지만 다음 정권에서 사실상 폐기처분됐다. 또 지난해 모 언론사가 정부, 중앙은행, 국책 및 민간 연구소, 학계에서 국가의 장기비전과 목표를 제시하는 등 국가 장기전략을 세우고 고민하는 주체가 사라지고 있다는 기획시리즈의 기사로 세간의 관심을 모은 적이 있다.

AD

저출산·고령화, 지구온난화, 세계적인 저성장과 소득분배 악화, 4차 산업혁명 등 급격한 사회·경제적 변화에 직면해 국가의 생존·발전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조만간 설립될 국회판 KDI인 국회미래연구원이 우리 미래환경 예측과 중장기 국가발전 전략에 대해 어떤 연구 결과를 내놓을지 자못 기대된다.


박형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