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3당 예산안 전격 합의 이면에
여소야대·적폐청산 협상 발목


사실상 '자유한국당 소외' 재연
우원식 몸소 설득 한 몫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와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4일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조찬회동을 갖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와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4일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조찬회동을 갖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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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내년 예산안 협상을 두고 여의도 정가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여소야대'뿐만 아니라 적폐청산을 둘러싸고 여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기 때문이다.

법정처리 시한이 지나서도 지도부 협상이 공전을 거듭하자 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마저 나왔다. '네 탓' 공방도 더 심해졌다. 지지부진한 협상이 이어지던 지난 4일 여야 3당이 내놓은 예산안 합의문을 두고 전격적, 극적 합의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날 여야 3당 지도부는 6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 끝에 예산안 8개 쟁점에 합의했다. 하지만 합의문 내용을 짚어보면 사실상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합의라는 평가가 나온다.


협상에 참여했던 자유한국당은 공무원 증원과 법인세 인상에 유보 의견을 냈을 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예산안 합의 소식이 전해지자 당내에서 곧바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그 방증인 셈이다.


지난 7월 추가경정예산안 합의 과정에서 나타났던 '한국당 소외'가 재연됐다는 비판도 흘러나온다. 바꿔 말하면 '민주-국민'이 연대를 형성하면서 협상을 주도했다는 얘기다.


협상 초기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첫 예산안으로 '수정 불가'의 원칙론을 고수하면서 민생, 안전예산이라는 여론전에서 우위에 섰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높은 지지율은 자신감을 불어 넣어줬다. 그러나 야권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면서 협상이 진척되지 않자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 껴안기에 나섰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가 2일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왼쪽)와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게 직접 차를 권하고 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가 2일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왼쪽)와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게 직접 차를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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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은 정부안이 제출된 9월부터 꾸준히 '사회간접자본(SOC) 호남 홀대론'을 펼치면서 정부와 여당에 긴장감을 주는 동시에 실익 챙기기를 시도했다. 이어 바른정당과 연대를 형성, 제3지대를 키우며 영역 확장을 시도했다.


평행선을 걷던 양 당 사이에 변화가 감지된 것은 지난달 29일. 호남 KTX 2단계 사업의 무안공항 경유 방안에 합의하면서 공조 분위기를 조성하면서부터다. 국민의당은 실익을 챙겼다.


민주당은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정부 내 반발에도 호남 홀대론을 해소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동시에 정치적 고향을 챙기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우호적인 지역 여론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또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몸을 사리지 않고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만나 설득한 점도 협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처리 시한을 하루 앞둔 1일 김 원내대표는 자신을 설득하기 위한 우 원내대표의 전화 10여통 가량을 받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으며, 국회에서는 차량에 탄 김 원내대표를 우 원내대표가 뛰어가며 협조를 구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최종 협상이 있던 4일에도 단 둘이 조찬회동을 하며 '소득세법-법인세법 맞바꾸자'는 협상안을 거론했다.


특히 우 원내대표는 이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국민의당 중진 의원 조찬모임과 사전 예고 없이 만나 향후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을 논의하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나 중대선거구제로 개편을 바라는 국민의당의 요구에 부합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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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관계자는 “협상의 과정이라는 것이 무엇을 주고 받느냐 만큼이나 어떤 모습으로 주고 받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실리를 챙기면서도 상대방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것이 고도의 협상전략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가 4일 예산안을 논의하기 전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게 귤을 건내주고 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가 4일 예산안을 논의하기 전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게 귤을 건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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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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