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현실화…기업들 세부담 얼마나 늘어나나
과표 3000억원 초과 기업 25%의 법인세율 적용…2.3조 세부담 늘어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은 25%로 올리고 연구개발(R&D)과 안전시설 등에 대한 투자세액 공제도 축소키로 하면서 기업들의 세 부담이 3조원가량 가중될 전망이다. 이미 해외 경쟁기업보다 높은 수준의 법인세 부담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투자축소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5일 국회가 합의한 법인세 인상 방안을 보면 과세표준 구간 '3000억원 이상'을 신설하고 대상 기업에 25%의 세율을 매기게 될 경우 77개 대기업에서 약 2조3000억원의 세 부담이 늘게 된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법인세 비용 추산치를 근거로 계산해보면 국내 대표 제조기업인 삼성전자의 세 부담은 4327억원이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R&Dㆍ생산성향상시설ㆍ안전시설ㆍ환경보전시설 투자 등에 대한 세액 공제도 줄어들 것이 유력해 대기업들의 세 부담은 이보다도 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는 해당 기업이 한 해 쓴 R&D 비용에 대해 1∼3% 세액공제를 받는 당기분과 전년 대비 R&D 증가액의 30%만큼 세액에서 빼주는 증가분 중 선택해 공제혜택을 줬다. 정부는 대기업의 R&D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증가분 기준 공제 비율 30%는 그대로 유지하고, 전체 투자금액 기준 공제 비율만 축소했다.
하지만 정부가 대기업에 적용되는 당기분 R&D 세액공제율을 0∼2%로 1%포인트 낮추기로 하면서 세액 공제 혜택은 더 줄어들게 됐다. 대기업들은 공제 비율이 높은 증가분 기준보다 공제 비율이 낮은 전체 투자금액 기준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경기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R&D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10대 기업 가운데 R&D 세액공제 축소의 영향을 받는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ㆍ기아자동차가 있다. 이들에 대한 세제지원은 각각 1480억원, 210억원, 165억원 줄게 된다. R&D 세액 공제 축소, 설비투자 세액 공제 축소 안의 영향으로 기업들의 세 부담 증가분은 5500억원으로 추정된다. 공제 혜택이 사라지면서 기업들이 5500억원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상속세 부담도 커진다. 정부는 상속세 신고세액공제는 현재 7%에서 내년 5%, 2019년 이후 3%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축소할 방침이다. NH투자증권은 삼성그룹의 상속세 부담이 10조2000억원에서 10조6000억원으로 4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재계는 기업의 R&D 세액공제율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 우려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 투자에 대한 투자 동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이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국세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체 법인세 신고 기업의 기업의 R&D 투자 공제율은 2012년 10.9%에서 지난해 7.0%로 하락했다. 과표 2000억원 이상 기업의 공제 감면 총액은 2012년 3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2조3000억원으로 1조원 이상 감소했다. 줄어든 1조원 중 61%가 R&D 공제축소분(6241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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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관계자는 "8월 세법 개정안 발표 당시 '조세지원 하락폭이 기업 예상치를 벗어났다'는 기업들 반응이 대부분이었다"며 "수익이 당장 나지 않아 장기투자해야 하는 과제들은 세제 혜택을 동력삼아 연구를 진행하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이 같은 유인책이 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기업을 옥죄는 정책뿐 아니라 친기업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세부담이 늘어나면 투자유인 동력이 떨어져 국내투자가 위축되는 게 사실"이라며 "4차산업혁명이 화두인데 규제완화 등 기업경영환경을 개선시킬 수 있는 친기업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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