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착기 조종하고 벽화 그리고…'바다 가꾸기' 나선 장관
김영춘 해수부 장관 27일 거제 다대포항 찾아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지난 27일 경남 거제 다대포항.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늘상 신던 구두를 벗고 등산화로 갈아 신었다. '크린오션2'라고 선명하게 적힌 어항청소선에 올라탄 김 장관은 조심스럽게 굴삭기 조종석에 앉았다. 이윽고 김 장관이 조종석 집게를 들어올리자 폐어망, 로프 등으로 뒤엉킨 쓰레기 더미가 모습을 드러냈다.
류청로 어촌어항협회 이사장은 "부산항, 광양항에서 운영되는 어항청소선은 수심 12m까지 수거가 가능한 반면 거재 다대포항은 작고 기동성 있는 장비로 수심 10m의 바닷속 쓰레기를 건져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김 장관이 찾은 거제 다대포항에서는 전국 13만명의 어업인들과 지방자치단체 등이 함께 참여하고 있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바닷가 만들기 프로젝트'의 첫 행사가 열렸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바닷가 만들기 프로젝트'는 낙후된 어촌 마을 현장을 정비하고 어촌을 매력적인 관광지로 탈바꿈시키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김 장관이 몸소 굴삭기를 조종하고 벽화작업에 참여한 것은 어촌마을의 변신에 앞장서겠다는 그의 의지를 보여준다. 김 장관은 "어촌과 어항은 사람과 바다를 이어주는 탯줄이며, 바닷가의 역사와 문화를 담는 그릇"이라며 "우리의 바닷가를 선진국의 어떤 곳보다도 깨끗하고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모든 걸 직접 챙기고 맨 앞에 설 생각"이라고 했다.
매년 17만t 넘게 발생하는 해양쓰레기는 어촌마을의 고질적인 골칫거리다. 자전거, 로프 등 쓰레기가 어선 프로펠러에 걸리기라도 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쓰레기는 어족자원 감소의 주범이기도 하다.
올해 어촌어항협회에 입사한 서동현 항해사는 "생각없이 버리는 해양쓰레기로 해양오염이 심화돼 어족자원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쓰레기 수거작업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거제 다대포항의 경우만 보더라도 초기에는 어항청소선이 발 디딜틈 없을 정도로 쓰레기가 가득찼다. 그러나 수거작업이 90% 수준까지 완료된 현재 쓰레기는 3분의1 수준으로 줄었다.
이날 바다쓰레기 수거 현장을 점검한 김 장관은 벽화작업이 한창인 골목길로 발길을 돌렸다. 군데군데 페인트가 벗겨진 낡은 담장은 조각배가 떠 다니고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바닷속으로 변신 중이었다. 재능기부 형식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한양대ㆍ한양여대 학생 20여명이 전날 거제로 내려와 작업한 작품들이다. 앞치마를 넘겨받은 김 장관도 벽화 꾸미기에 동참했다. 타일을 망치로 내리쳐 조각조각낸 타일을 도안에 따라 붙이던 김 장관은 "담장이 예술작품으로 승화됐다"며 흐뭇해했다.
김 장관 맞은편에서는 거제 면사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초등학생들도 고사리 손으로 조심스럽게 타일을 붙이고 있었다. 방과후 활동 대신 벽화작업에 참여한 아이들은 "시골이라 미술 활동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이렇게 큰 담장에 그림을 그려보는 것은 처음"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한양여대 산업디자인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이현정씨는 "노후화한 공간을 내 손으로 직접 꾸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심어줄 수 있어 뿌듯하다"고 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고유가 지원금 받아도 1인당 30만원 또 준다…18일...
해수부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오운열 어촌양식정책관은 "올해는 시범사업이라 시스템ㆍ예산 지원 등이 조금 미미했다"며 "내년까지 현재 200개인 사업대상을 2000개로 늘리고 예산지원도 늘리겠다"고 했다.
해수부는 장단기 수립전략 중 하나로 어민, 지자체 등이 주도하는 바닷가 환경개선운동을 주기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어항부지 내 울타리를 설치해 기능별로 장소를 구분하고, CCTV를 설치해 쓰레기 투기 감시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아울러 어촌ㆍ어항의 시설물과 설비관리를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해 환경개선과 질서유지의 전문성을 높이고 관리, 감독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거제(경남)=김민영 기자 argu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