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석학 칼럼]남아시아는 새로운 중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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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이슬람주의는 종종 폭력의 이미지로 여겨진다. 최근 동남아시아도 같은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슬람계인 로힝야족을 나라 밖으로 쫓아내는 미얀마의 불교 민족주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인민당(BJP) 하에서의 힌두 민족주의의 급증이 그런 예다.


 물론 동남아시아의 미래는 중동과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 그러나 전 지역에 걸쳐 나타나는 민족주의의 대두 현상은 때때로 종교적으로도 연계돼 있고, 과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상황은 마치 이슬람 내부에서 커져가는 근본주의가 다른 종교의 근본주의를 조장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로힝야족의 상황은 특히 끔찍하다. 미얀마 정부군은 테러를 진압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로힝야족 민간인을 공격하고 마을 전체를 불태웠다. 수십만명의 로힝야족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망쳐야만 했다. 유엔난민기구가 "인종청소의 교과서"라고 비판할 정도로 충격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국제사회의 규탄 목소리가 커져감에도 미얀마의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는 침묵을 지켰다. 이는 민주주의와 인권수호자라는 그녀의 이미지에도 타격을 가져다줬다. 수치는 유혈사태 발생에 대한 연설에 나서게 됐을 때 조차 로힝야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 같은 수치의 대응은 국가를 장악하고 있는 미얀마 군부와의 관계를 고려한 정치적 계산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노벨평화상 수상자로서 걸맞지 않는 그녀의 반응은 사실 소수민족에 대한 무관심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이슬람교도는 미얀마 인구의 4%에 불과하다.

 지역의 비극으로 시작된 일은 이제 국제적 위기가 됐다. 이는 단지 방글라데시 등으로 흘러간 난민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중동과 마찬가지로 동남아 역시 국가ㆍ종교적 정체성이 밀접하게 연계되는 경향에서다. 미얀마와 태국은 거대한 불교국가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대부분 이슬람계다. 인디아는 힌두국가다. 인도에서 독립한 파키스탄은 이슬람 국가를 자칭한다.


 이 지역에 사는 종교적 소수집단들 영국과 네덜란드의 제국주의 유산 때문에 더욱 안전을 보장받기 어렵다. 영국은 그들의 식민지를 통치하며 기존에 차별을 받아왔던 소수민족들을 이용했다. 하지만 영국의 식민 지배가 끝난 후 영국에 부역한 소수민족들은 더 큰 분노와 차별을 받게 됐다.


 1948년 영국에서 독립한 이래 미얀마 정부는 로힝야족을 시민권 대상에서 배제하는 등 가장 기본적인 권리조차 인정하지 않아 왔다. 일부 젊은 로힝야족이 반군단체가 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이들은 중동의 이슬람 근본주의자나 토착 광신자 등에게 선동됐을지도 모른다.


 사실 이 같은 일은 처음이 아니다. 1990년대 발칸전쟁에서 보스니아의 이슬람교도들이 인종 청소의 공포에 직면했었다. 그 때도 국제사회의 관심은 지금 처럼 크지 않았다.


 이같은 서구 세계의 선택적 감정이입의 결과는 급진화와 폭력이라는 잔인한 악순환으로 돌아온다. 마침 중동에서 세력에 약해진 수니파 급진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로힝야족 사태를 계기로 아시아지역에서 이슬람교도를 집결하는 계기로 삼길 원하고 있다.


 종교적 긴장이 고조될수록 지역 내 협력도 위태로워진다. 회원국 간 안보와 경제협력을 증진시기 위해 출범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도 이번 사태로 회원국간에 벌어진 갈등을 해소해야 하는 큰 숙제를 안게 됐다.


 종교와 민족주의 간의 터무니없는 동맹은 깨져야만 한다. 이제 유엔(UN)이 나서야 한다. 단지 도덕적 의무에서가 아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성공적인 중재는 퇴색되고 있는 유엔의 위상을 회복시킬 수 있는 기회다. 폭력적인 갈등에 빠져 정치적으로 분열된 지역은 세계에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도미니크 모이시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 선임 고문
@Project Syndicate/번역: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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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를 대표하는 석학인 도미니크 모이시(70) 파리정치대학 교수는 프랑스 싱크탱크 국제관계연구소(IFRI)의 공동 창립자이자 선임 고문이다. 그는 파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 몽테뉴 연구소의 자문을 맡고 있으며 기고전문 매체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의 칼럼니스트로 활동중이다. 파이낸셜 타임즈, 포린어페어, 디벨트 등 다양한 신문ㆍ저널에 국제 문제와 유럽 정치ㆍ경제 이슈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모이시는 프랑스 소르본대학과 미국 하버드대에서 국제정치를 전공했다. 아버지 줄스 모이시는 독일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생존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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