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중행보' 신음하는 기업
앞에선 '역할' 강조 정책지원은 뒷전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 김민영 기자] 정부가 대기업을 '경제성장의 축'이라고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정책적 지원은 뒷전인 이중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기업들이 신음하고 있다. 또 국내 기업들에 대한 역차별 문제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정부의 야누스 얼굴 같은 이중잣대에 경영환경이 악화되면 기업들의 글로벌경쟁력은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관련기사 3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방미 중이던 지난 15일 '대기업이 핵심성장의 축'이라고 강조했다. 재계에서 제기하고 있는 '대기업 홀대론'에 선긋기를 한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을 위한 정책은 아직까지 없었다. 새 정부가 내건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의 주축인 대기업의 역할이 절실하지만 일방적 희생만 요구할 뿐이라는 것이 재계의 지적이다.
김 부총리가 국회에서 혁신성장을 강연할 것이 아니라 규제 혁신과 대기업이 기를 펼 수 있는 규제프리존 등 각종 법안 통과를 위해 국회 설득에 나섰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혁신성장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법, 정책이 쏙 빠지다 보니 오는 19일 열리는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는 혁신성장에 대한 파상공세가 예상된다.
삼성 등 대기업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보이지 않는 압박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 초기부터 "재벌개혁을 급속히 진행하지 않고 해체에도 반대한다"고 꾸준히 밝혀왔지만 최근 들어 재벌기업에 대한 압박 기조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에 이어 다음 달에도 5대 그룹 재벌 최고경영자(CEO)들과 회동을 잡았다. 김 위원장이 요구했던 재벌들의 자발적 개혁이 제대로 진전되지 않자, 이행 압박을 위해 5개월 만에 또 만남을 가지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의 이중적인 잣대에 기업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공약을 지키기 위해 기업들의 원전 수출길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탈원전과 원전 수출은 완전히 별개"라며 국내 기업의 해외 원자력발전소 건설 수주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꾸준히 밝히고 있다.
하지만 말과 행동은 달랐다. 한국형 원자력발전 수입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산업부 초청으로 방한한 얀 슈틀러 체코 원자력발전 특사는 백 장관을 만나지도 못하고 돌아갔다. 그를 만난건 1급 에너지자원실장이었다.
앞서 9월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전력공사와 테믈린 원전을 방문했을 때 체코전력공사 노조 관계자가 "한국 정부가 신고리 5ㆍ6호기 건설을 중단할 경우 한국 원전을 선택하지 않겠다"고 했음에도 산업부의 이 같은 행보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또 16일부터 1주일 일정으로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세계원전사업자협회(WANO) 총회가 열리고 있지만 백 장관은 여기에도 참석치 않는다. 산업부의 오락가락 행보에 두산 등 100여개 원전 수출기업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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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의무휴업 대상에서 이케아 등 외국 기업이 제외되면서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부처 내에서 뚜렷한 진전사항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가 말로는 (기업지원 정책을) 펼치겠다고 발표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빠져 있어 기업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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