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여담]한국전쟁과 오리엔탈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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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미국이 전쟁을 언급할 때 한국은 몸서리친다(Trump talks, Seoul shudders)."


소설가 한강의 뉴욕타임즈 기고문은 미국 독자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전쟁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6ㆍ25전쟁'이 아닌 '한국전쟁' 이후 세대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한반도 긴장은 현실이고 평화체제 구축은 요원하니 매일 전시 상황에 대비해 전전긍긍 살아가야 정상이라는 관찰자의 시각과 난무하는 거친 전쟁 발언에 대한 속 시원한 일침이었다.

그는 한국전쟁 이후의 세대는 전쟁을 직접 경험하지는 못했을 뿐 외국인들과 외신들의 관점처럼 절대 전쟁의 공포에 태연하고 무심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전쟁의 상흔은 폐허를 딛고 마천루를 쌓아올리던 시대에 유년기를 보낸 세대에게도 수십 년 동안 쌓인 긴장과 전율이 깊숙한 내면에 숨어 불쑥불쑥 모습을 드러내왔기 때문이다.


미국 호사가들의 평가와 달리 끝없이 이어지는 긴장 속에 찾은 한국인의 평온은 생존을 위해 환경에 적응한 결과였다. 역사 이전시대부터 인류의 삶이 그랬듯, 위험을 없애는 효과적인 해법은 근원을 제거하는 것이지만 가장 현실적인 해법은 최악의 상황을 막고 일상을 만들어 가는 데 있었다. 지금 한국인에게 가장 큰 두려움은 한반도 남쪽에 5000만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고 이 가운데 70만명의 유치원생들이 존재하며, 휴전선 이북에도 그들과 같은 존재가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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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북 유화정책에 대고 "한국은 하나만 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모르는 게 여럿 있다. 67년 전 한국전쟁은 이웃 강대국들이 저지른 대리전이었고 현재의 긴장감 속에서 한국인은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를 끊임없이 묻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평화가 아닌 어떤 해결책도 의미가 없고 승리는 공허하며 터무니없는 구호일 뿐임을.


한반도의 위기를 바라보는 트럼프 대통령과 일군의 호사가들의 어휘와 시각에서 흡사 문학이론가 에드워드 사이드가 비판한 '오리엔탈리즘'의 흔적을 발견한다. 동양에 대한 서양의 편견과 왜곡을 의미하는 오리엔탈리즘은 과거 제국주의의 철학적 토대였다.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처음으로 방문한단다. 그가 이번 방문을 통해 분단된 국가에서 수많은 위기를 넘겨온 한국인으로부터 무언가 배워가기를 바라는 건 무리일까.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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