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 살리기 나선 특급호텔…"종가 내림음식부터 황실 만찬까지"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국내 특급호텔들이 전통음식 보존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명맥이 끊긴 대한제국 당시의 황실 서양식 만찬을 재현하는가 하면 종가를 통해서만 전해졌던 종부들의 내림음식을 일반 대중에 선보이기로 한 것.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더플라자호텔의 뷔페 레스토랑 세븐스퀘어는 종갓집 며느리를 통해 내려온 종가음식을 선보였다. 이날부터 3주간 한주씩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12개 종가의 내림음식을 내놓는다.
한 주 동안은 전남 나주의 밀양 박씨 청재공파 박종 종가의 강정숙 종부는 집안을 통해 내려왔던 반동치미, 나주곰탕, 나주홍어구이 등을 선보인다. 다음 주에는 충북 청주 문화 류씨 시랑공파 류정향 종가의 김종희 종부가 담북장, 사과김치, 청국장 김치찜을 내놓는다. 이어 경북 안동 의성 김씨 지촌 김방걸 종가의 이순희 종부가 건진국수, 민물고기 양념구이, 다슬기 국을 직접 선보일 계획이다.
종가의 내림음식을 일반에 공개한다는 점에서 종부들도 크게 의미부여 하고 있다.
강정숙 종부는 "종가의 내림음식은 몇 세대를 거쳐 계승되어온 한국 고유의 문화 중 하나"라면서 "이를 종가에서만 국한하지 않고 일반 대중들 특히, 국내외 고객이 방문하는 서울 시내의 특급호텔에서 선보일 수 있어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강 종부는 "우수한 셰프들과 함께 음식을 준비하면서 내림음식을 계승하고,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열렸다"면서 "이번 행사가 종가 음식 활성화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신세계조선호텔은 11일 대한제국의 황실 서양식 연회음식을 재현했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이미 명맥이 사라진 황실 서양식 음식을 재현하기 위해 배화여대와 함께 과거 문헌에서 메뉴 등을 복원했다. 조선 황실의 전례 연회 등 궁중의전 담당관 대리로 근무한 독일인 엠마 크뢰벨이 남긴 메모가 실마리였다.
요리법은 19세기 프랑스 연회 사진 및 프랑스에서 최초로 레시피를 기록한 '에스코피에' 책을 바탕으로 했다. 모양새 등은 국립고궁박물관에 남아있는 식기와 제과 틀 등을 바탕으로 마련됐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재현을 위해 대한제국 황실 연회음식 학술연구를 위한 연구비를 지원한 뒤 호텔 셰프들이 직접 재현에 참여토록 했다. 음식 역시 과거의 예법대로 모든 메뉴는 큰 접시에 담은 뒤 개인 접시에 옮겨주는 방식으로 제공됐다.
신세계조선호텔은 대한제국 120주년과 조선호텔 개관 103주년을 기념해 이번 행사를 진행했다.
전통 살리기에 참여한 호텔관계자들은 단순히 전통을 이어간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종부들과 함께 음식을 조리하게 된 김용수 더플라자호텔 세븐스퀘어 수석 셰프는 "생소할 수 있는 종가의 내림음식을 눈으로 직접 보고 만드는 과정을 공유하며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설명했다.
황실 서양식 만찬을 재현한 유재덕 신세계조선호텔 메뉴개발 주방장은 "대한제국 황실 연회 음식 재현 행사에 참여할 수 있게 돼 영광이었다"면서 "잊혔던 나라의 역사를 음식과 생활상으로 알 수 있게 돼 흥미로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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