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사팀 "지원자 더 많이 받기 위해"…고용부 "기업 처벌은 어려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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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취업준비생 김모(27)씨는 하반기 공채시즌에 맞춰 회사별 정보를 취합하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한 중견기업의 상반기 신입·경력 모집공고에 보면 두 자릿수 인원(00명)을 뽑는다고 했지만, 알고 보니 실제로는 한 자릿수인 7명이 최종합격했던 것이다. 김씨는 "열심히 해보려다가도 기운이 쭉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이 하반기 신입·경력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채용 인원이 정확히 표기되지 않아 취준생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9일 기준 채용사이트에 올라온 각 기업들의 채용 공고를 보면 대부분 직무별 혹은 계열사별 인원에 '000명', '00명', '0명' 등으로 명시하고 있다. 채용 인원을 아예 밝히지 않은 곳도 수두룩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취준생들은 기업들의 채용 공고를 신뢰하지 않는다. 애매모호한 숫자는 물론 때론 그마저 맞지 않을 때가 있어서다. 김씨는 "그래도 00명을 뽑는다고 했으면 99명은 아니어도 최소 10명은 뽑아야 되는 거 아닌가 싶다"며 "채용 공고는 지원자들과의 약속인데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을 바엔 공고에 거짓말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지원자들 사이에서 '0명'은 5명보다 적게 뽑는다는 인식도 있다. 취준생 손모(25)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0명을 뽑는다고 해도 일단 지원하긴 하지만 같은 회사에서 00명을 뽑는 직무가 있다면 되도록 그쪽으로 마음이 기운다"고 말했다.


경력직의 경우엔 '0명'을 뽑는다고 하면 내정자를 의심하기도 한다.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서모(32)씨는 "동료들이 경력직으로 옮기는 모습을 보니 무작정 지원했다가 면접 들러리만 서고 온 경우도 봤다"며 "내정자를 제외하고 다른 지원자를 뽑아도 1~2명 수준"이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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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한 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채용 공고를 내기 전 몇 명을 뽑을 것인지가 결정되더라도 그보다 더 많은 것으로 표기해야 지원자들이 늘어난다"며 "더 좋은 조건의 지원자를 많이 받기 위해 공고엔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낸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는 기업을 처벌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원자 입장에서는 채용 공고를 불리하게 변경한 것으로 볼 수는 있겠지만 회사가 생각하기에 알맞은 인재가 없어 안 뽑는 건 어쩔 수 없다"며 "이는 정당한 사유 없이 채용 공고 내용을 구직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한 사안이 아니라서 기업을 처벌하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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