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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그후]①전 남친의 참혹한 복수 '리벤지 포르노'

최종수정 2017.08.01 17:28 기사입력 2017.08.0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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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리벤지 포르노 유포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리벤지 포르노 유포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의 한 대학교에 다니는 여대생 김가현(21·가명) 씨는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캠퍼스 커플'이었다가 얼마전 헤어진 전 남자친구가 보낸 것이었다. 메시지에는 "감히 나한테 헤어지자고 해?"라는 협박성 문구와 함께 한 장의 사진이 첨부됐다. 1년 전 남자친구와 떠난 여행지 숙소에서 찍은 노출 사진이었다.

김씨는 "당시 장난스럽게 찍은 뒤 (전 남친에게) 지우라고 했는데 안 지운 것 같다"며 "전 남친이 복수한다고 사진을 퍼뜨릴까봐 불안해서 잠도 안 온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금도 혹시 사진이 온라인에 퍼졌을까 싶어 30분마다 한 번씩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살핀다. 김씨는 "걱정하실까봐 부모님께는 말씀드리지 못했다”며 “자꾸만 안 좋은 생각을 하게 된다"고 했다.

최근 잇따라 발생 중인 데이트 폭력과 더불어 여성들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게 또 있다. 이른바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o)'다. 리벤지 포르노란 일방적인 이별 통보에 대한 복수심 때문에 상대방의 성적인 사진이나 영상을 유포하는 행위를 말한다. 데이트 폭력처럼 직접적인 신체 가해 행위가 없지만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은 심할 경우 피해자를 자살하게 만들 수도 있다. 또 다른 이름의 데이트 폭력인 셈이다.

동의하고 촬영한 뒤 유포하면 성범죄 아니다? 처벌 수준도 미약

지난 21일 대검찰청이 발표한 '2016 범죄분석'에 따르면 2015년 성폭력 범죄 중 카메라등이용촬영죄(신체 등을 촬영한 범죄)의 발생건수는 7730건으로 2006년 대비 약 14배 증가했다.
인터넷 및 SNS의 발달로 리벤지 포르노의 피해 확산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다. 한 번 유포된 사진과 영상은 무한 증식이 가능해 아무리 지우려고 애써도 완전히 없애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죄질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처벌 규정이 까다롭고 실제 법집행 수위가 낮아 피해자 개인이 모든 짐을 떠맡고 있는 실정이다.

리벤지 포르노 때문에 고통받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리벤지 포르노 때문에 고통받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카메라 등으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촬영하거나 이를 판매, 유포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때 피해자가 자신의 신체 중요 부위가 담겼다는 증거를 수집해 스스로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또 스스로 찍은 촬영물을 당사자 동의 없이 제3자가 유포한 경우에는 성폭력 범죄가 아닌 명예훼손죄가 적용된다. 다시 말해 피해자가 촬영 자체에는 동의했기 때문에 유포에 동의하지 않았더라도 성적 수치심을 감내해야 하는 구조다.

리벤지 포르노에 대한 높은 양형 기준에도 불구하고 실제 판결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지난 5월 김현아 변호사가 발표한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 등 실태 및 판례 분석’에 따르면 2011년 1월부터 2016년 4월까지 선고된 카메라등이용촬영죄 관련 1심 판결 1540건 중 무려 1109건(71.9%)이 벌금형에 그쳤다.

집행유예는 226건(14.6%), 선고유예는 115건(7.46%), 징역형은 82건(5.32%)에 불과했다. 징역형도 6개월형 29.27%, 1년형 19.51%, 8개월형과 10개월형은 14.63%로 나타나 실제 법규정에 비해 현저히 낮게 선고됐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촬영물을 인터넷 등에 유포한 범죄) 관련 1심 판결 222건의 경우에도 벌금형이 143건(64.41%)에 달했으며, 징역형은 13건(5.86%)에 불과했다.

해외는 지금, 리벤지 포르노와의 전쟁 중

리벤지 포르노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는 이미 리벤지 포르노에 대한 처벌 수준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비영리단체 'End Revenge Porn' 페이스북. 사진=페이스북 캡쳐

미국 비영리단체 'End Revenge Porn' 페이스북. 사진=페이스북 캡쳐


먼저 미국의 경우 2012년 '리벤지 포르노를 끝장내자(End Revenge Porn)'이라는 이름의 비영리단체가 결성될 정도로 피해가 심각하다. 지난해 미국 공공보건연구소는 미국인 25명 중 1명이 허락 없이 배포된 누드 사진으로 피해를 입거나, 누드 사진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각 주별로 수위가 다르지만 뉴저지주와 캘리포니아주 등에서는 성적인 사진이나 영상을 당사자 동의 없이 유포만 해도 처벌된다.

덴마크는 당사자 동의 없이 유포하거나 이를 공유할 경우 징역 6개월에서 최대 2년까지 부과되며, 2014년 11월부터 '리벤지포르노 방지법'을 시행 중인 일본에서는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스코틀랜드 정부가 배포한 '리벤지 포르노' 방지법 홍보 포스터. 사진=페이스북 캡쳐

스코틀랜드 정부가 배포한 '리벤지 포르노' 방지법 홍보 포스터. 사진=페이스북 캡쳐


스코틀랜드의 경우 유포자에게 최대 5년까지 징역을 가할 수 있도록 지난해 법을 개정했으며, 개정안 홍보를 위해 남녀의 누드 사진 위에 '폴리스 라인'을 설치한 포스터를 제작해 배포하기도 했다.

[이별 그후]①전 남친의 참혹한 복수 '리벤지 포르노'
[이별 그후]②인터넷 떠도는 은밀한 내 사진, 해결사가 필요해


아시아경제 티잼 송윤정 기자 singas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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