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 저리구나/송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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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그래
가던 길 멈춰 범어사에 내렸지
마음의 절에 모신 그래
거기서 거기인 그대 앞에
내 마음 그래를 내려놓고
눈물이 나는 건
슬퍼서 그래?
웃어서 그래?
지은 건 마음인데
구두를 벗어 놓고 나왔지
말은 모르나
잡아 줄 손 없고
잡을 손 없어서
가만히 손바닥 마주 붙이고
눈물이 나는 건
나이 먹어 그래
덜 살아서 그래
일주문 거기서 거기까지
맨발로 걸었다
누가 뭐라든
그래, 내 마음인데
■오늘은 그래, 좀 그래, 좀 저리고 허하고 그래.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그저 먼 데나 보고 그래. 거기에 누가 있을 성싶지도 않은데 눈길은 자꾸 저쪽 먼 데로만 가고 그래. 그래서 버스를 탔어. 사람들은 버스에 탔다가 내리고, 버스는 아무런 뜻도 없이 종점을 향해 가고 있는데, 집에서는 꼬박꼬박 한 정거장씩 멀어지고 있는데, "가만히 손바닥 마주 붙이고" 오래도록 버스 창밖만 봤어. 그래, 그랬어, 그냥. 그렇게 종점엘 갔다가 다시 돌아왔어. 돌아와서 한참을 울었어. 모르겠어, 왜 울었는지. "나이 먹어서"도 "덜 살아서"도 아니고, "마음이 그래", 그랬어.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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