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사이’ OCI 신진작가 展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전시장에는 청춘 작가들의 차가운 냉정과 뜨거운 열정이 공존한다.
지난 13일 문을 연 신진작가 창작지원 프로그램 ‘2017 OCI YOUNG CREATIVES’ 전이 오는 8월 5일까지 OCI미술관에서 개최된다. 10월 20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프로젝트의 첫 전시로 손선경·전혜림 작가 2인전이 열린다.
1층에 마련된 손선경(34) 전시(‘희미한 현재’)에는 차갑고 무덤덤한 기운이 느껴진다. 선보인 영상 10여점과 제책 작업은 간결하게 묘사된 흑백 드로잉과 애니메이션 작업이다.
단순, 간결, 반복의 향연이다. 반복되는 사건은 간단히 묘사된다. 손가락으로 계속 탁자를 두드리며 기다리는 매우 정적인 ‘Long Waiting’(2016)부터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도는 ‘Fase’(2016), 마트로시카 인형을 형상화해 속을 꺼내고 또 꺼내는 동작을 반복하는 ‘Matriochka’(2017) 등이 대표적이다.
작가 스스로도 ‘반복’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사소함, 일상, 삶, 패턴 등을 작품의 주된 동기로 삼는다. 등장인물 모델 중 일부는 작가 자신이다. 스스로를 화면 속 젊은이들 틈바구니에 투영시켰다.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듯이 젊은 작가는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을 묵묵히 반복한다.
하지만 작가는 지겹고, 뻔하고 따분한 가운데서도 참신한 미학을 발견한다. 반복은 이내 운율과 안정감, 편안함으로 이어지고, 곧 수양과 수련의 하나로 여겨진다. 점점 더 많은 자극을 원하는 시대에, 절제된 표현이 오히려 빛을 발한다. 전시는 무료한 도시 속 반복을 즐길 수 있는 사유의 놀이터가 된다. 관람객은 어느새 반복의 ‘승화’에 동참하게 된다.
반면 2층 전시장의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전혜림(35) 개인전 ‘신기루’(회화 20여점)에는 화면 한 가운데에 살아 움직이는 듯한 거대한 불길 또는 연기(煙氣), 광선 등이 자주 나타난다. 동물 탈을 쓴 벌거벗은 군상들도 등장한다. 전시장 한편에는 보다 자유로운 형상들이 화면의 경계를 넘나들며 10미터 넘는 벽면을 가득 채운다.
‘나카르디아’(2017)는 그의 대표작이다. 이는 고단한 현실이 만든 절망의 낙원이다. 어두운 색채와 강렬한 대비, 절규하는 몸짓이 지배적인 반이상향적 작업이다. 작가로서 운명처럼 맞이하는 현실적 고난이 나타난다. 작가는 2014년을 기점으로 소재를 전환하고, 보다 즉흥적이며 자유로운 비정형적 형상의 화면을 추구했다.
흔히 ‘신기루’란 닿을 수 없는 이상향을 말한다. 작가는 바라볼수록 멀어지는 이상향(Arcadia)의 전형적인 형상을 뒤집어 절망과 구원의 갈망을 표현한다.
한편, 올해로 여덟 해 째를 맞는 신진작가 창작지원 프로그램 ‘OCI YOUNG CREATIVES’는 2010년 이래 우수 작가를 발굴·양성해 지금껏 활발히 활동 중인 젊은 작가(35세 이하) 50여 명을 배출했다. 공개 모집과 엄정한 심사를 거쳐 해마다 여섯 명을 선정한다. 초대 개인전 개최 및 전시 관련 제반을 지원한다. 제 9회 공모인 ‘2018 OCI YOUNG CREATIVES’는 오는 7월 25일부터 8월 5일까지 공개 모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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