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서 혼자 홀짝홀짝, 주부 ‘키친 드링커’ 급증
“애 재우고 한잔 두잔…어차피 남편은 훨씬 늦으니까요.”
혼자 집 주방에서 술을 마시는 이른바 ‘키친 드링킹’이 급증하면서 국내 알코올질환자 중 여성 비율이 집계 시작(2004년) 이후 처음으로 20%를 넘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알코올의존 등 관련 정신·행동 장애로 병원을 찾은 7만 5356명 중 여성 환자가 1만 5974명(21.2%)이었다고 9일 밝혔다.
최근 5년간 남성 환자는 5.1% 줄었지만, 여성은 오히려 7.3% 늘어 정반대의 경향을 보였다.
이른바 '키친 드링커'의 대부분은 처음에 외로움과 소외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술에 의존하기 시작했다고 털어놓는다. 남편과의 불화, 자녀와의 충돌, 시부모와의 갈등 등 가정문제와 불면증, 의욕상실, 신경과민 등의 갱년기 증상이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여기에 최근 혼술 문화가 확산하고 과일 소주나 낮은 도수 주류 등 여성 소비자를 겨냥한 시장의 변화가 여성 음주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하지만 여성 음주 자체를 문제시하는 사회적 편견이 여전해 치료를 권하기보다 가족 내에서 해결하려고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여성이 남성보다 병원을 찾는데 더 오랜 기간이 걸렸다. 보건복지부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여성 알코올질환자로 추정되는 40만 9414명 중 치료를 받은 비율은 3.9%에 그쳐 남성(6%)보다 낮았다.
전문가들은 “여성은 술을 조금씩 오랜 기간 마시고 취해도 폭력을 저지르는 경우가 드물어 병원을 찾았을 땐 이미 중증일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술을 습관으로 마시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거나 가족이 이를 봤다면 문제를 숨기지 말고 주변에 알린 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특히 여성 알코올중독 환자는 간질환, 우울증, 불안증, 폭식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알코올중독 외에 신체·정신적 질환이 있는지 찾아내는 과정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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