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 유류세와 주유소 가격 결정구조에 원인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격은 싱가포르 국제시장 가격 반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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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국제유가는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데 왜 휘발유 값은 천천히 하락하는 걸까. 유가와 관계없이 고정적으로 부과되는 세금과 주유소의 가격 결정구조에 그 원인이 있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26일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ℓ)당 1449.24원으로 전날 대비 0.90원 떨어졌다. 올해 들어 가장 유가(두바이유 기준)가 높았던 지난 2월 3일 기준 배럴당 55.08달러였다. 23일 기준 배럴당 46.19달러로 16%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휘발유는 4.2%(1516.95원→1452.03원) 내리는 데 그쳤다.

판매가격이 하락폭이 적은 이유는 휘발유에 60% 정도 세금이 부과되는 가격구조 때문이다. 유류세는 유가와 관계없이 고정적으로 부과된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기름 값에는 각종 세금이 붙어있다"며 "국제유가가 0원까지 떨어지더라도 정해진 세금은 내야하기 때문에 최소 주유소에서 사는 휘발유 값은 900원을 넘기게 된다고 말했다. 정유사들이 원유를 들여와 제품으로 만들기까지 두 달이 걸린다는 점도 국제유가와 휘발유 가격 하락 속도 간 엇박자를 만든다.

주유소들의 가격 결정 구조도 기름값 하락 체감 속도를 늦춘다. 주유소는 정유사의 공급가를 원가로 삼아 가격을 결정한다. 주유소들은 각 주유소에 휘발유, 등유, 경유 저장탱크를 갖고 있다. 한 달에 두 세 차례 석유 제품을 사서 소비자에게 판다. 주유소들은 석유제품이 쌀 때 정유사로부터 판매할 기름을 사놓고, 비쌀 때 소비자에게 많이 팔아 이익을 남기려고 한다. 여기서 유가 하락 속도와 휘발유 값 하락 속도 간 차이가 생긴다.


예를 들어 주유소가 정유사로부터 2주일 전에 비싸게 산 휘발유의 재고가 많이 남아있다고 치자. 현재 정유사가 휘발유 값을 그 당시보다 내리더라도, 주유소는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는 최종 가격을 선뜻 떨어뜨리긴 어렵다. 비싸게 사서 싸게 팔고 싶은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주유소도 비싸게 산 휘발유를 모두 팔 때까지는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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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유가가 오를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주유소 입장에서는 정유사로부터 싸게 산 휘발유를 비싸게 팔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셈이라서 한시라도 가격을 빨리 올려야 한다. 이 때문에 기름값이 오를 때와 내릴 때 속도의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정유사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들의 주유소 공급가격은 싱가포르에서 거래되는 국제석유제품 가격을 기반으로 정해진다"며 "국제유가의 큰 흐름은 따라가지만 즉각 영향을 받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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