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정현진 기자] 대학 시간강사인 A씨는 지난해 말 생활비가 부족해 서민금융상품 햇살론을 통해 2000만원(3년 원금균등분할상환)을 대출을 받았지만 최근 두달간 납입금(원금+이자)을 내지 못하고 있다. 강의 시간이 줄어든데다 자녀 교육비 부담이 더욱 커져 50여만원의 월납입금 조차 내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이다. A씨는 연체에 따른 연 10% 추가 이자 부담 마저 생겨 대부업체 문을 두드릴까 고민중이다.


경기 불황 장기화로 서민들의 빚 상환 능력이 현저하게 저하됐다. 서민금융이 위기에 처한 징후는 비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에서도 감지된다. 주로 금융취약계층의 한축인 영세 개인사업자들이 이용하는 비은행권의 대출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못 받게 된 영세 사업자들이 비은행권을 찾게 되는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 상황 충격파, 서민금융으로 흡수된다 = 서민금융 대출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은 가계부채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일자리와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다보니 서민들의 생활이 더욱 궁핍해졌기 때문이다. 미국 기준금리의 추가 상승에 따른 금리 인상으로 이들의 부담이 더욱 커진 점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빚의 역습]서민, 연체의 늪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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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정부가 서민들에게 그간 더 낮은 금리에 더 많은 한도로 돈을 빌려주기 위해 대출 문턱을 계속 낮춘 것도 서민금융 연체율 급증을 더욱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민금융 정책의 초점이 '누구나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어야 한다'는 접근성 확대에 맞춰진 결과라는 것이다.

실제 2010년에 첫선을 보인 서민금융 상품은 표면적으론 저신용자 계층의 금융부담을 덜어줬지만 연체율은 가파른 상승세를 면치 못했다. 2016년까지 최근 5년간 정책성 서민금융 상품의 연체율은 최대 30% 가까이 상승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가 장기연체자 채무조정과 관련해 빚 탕감 등의 이행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어서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민 취약계층에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준다는 정책 취지와 달리 도덕적 해이와 성실 상환자와의 형평성 논란 등의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간과 금액을 기준으로 한 전액 탕감보다는 상환 능력과 의지, 소득 현황 등을 복합적으로 살펴 조건부 조정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영세업자 비은행권으로 몰린다 = 금융당국이 개인과 기업에 대한 대출 옥죄기에 나서면서 중소기업의 비은행금융기관에 대한 대출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현재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신탁회사 등 비은행금융기관의 중소기업 대출금 잔액은 90조7001억원으로 집계됐다. 비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금 잔액이 90조원을 돌파하기는 사상 처음이다. 올해 1∼4월 증가액은 9조9005억원으로 작년 1∼4월 증가액(3조5996억원)의 2.8배 수준이다.


문제는 중소기업의 비은행권 대출의 상당수가 금융취약계층인 영세 개인사업자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중소기업 비은행권 대출에서 기업과 개인사업자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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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은행의 문턱이 높아 고금리를 물고서라도 자금을 융통해야 하는 영세업자들이 어쩔수 없이 비은행의 소호대출(자영업자 대출)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호대출은 대기업대출이나 우량 중소기업대출보다 금리가 높아 대출자에게는 더 큰 부담을 준다"며 "차후 소호대출이 가계부채의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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