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5일 오후 2시 고 백남기씨의 노제가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열렸다/사진=아시아경제DB

지난해 11월5일 오후 2시 고 백남기씨의 노제가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열렸다/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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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서울대학교병원이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중태에 빠졌다가 숨진 농민 백남기씨의 사망원인을 뒤늦게 '외인사'로 바꾸면서 경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경찰은 그동안 백씨 사망의 책임소재를 밝히라는 유족측 입장에 대해 검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왔다. 이 때문에 이철성 경찰청장이 16일 이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어떤 내용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사건 당시 경찰을 이끌던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국회에 출석해 "인간적으로는 사과하지만 사실관계와 법률관계가 불명확하다"면서 법적책임이 따르는 차원의 사과는 거부했고, 최근 이 청장도 기자간담회를 통해 "수사 결과 경찰 잘못이 명확해 지면 유족에게 충분히 사과도 드릴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 주장이 굉장히 다르다"며 '사과'와는 거리가 먼 입장을 내비쳤다.

1996년 3월 노수석(당시 연세대 법학 2년), 2005년 농민 전용철씨 사망 사건 등 시위진압 과정에서 사망사건이 발생할 때 마다 경찰은 책임있는 자세로 대응하기보다는 부검 결과 등을 앞세워 책임을 피하려고만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와 관련, 변정필 국제앰네스티 팀장은 지난해 10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경찰은 진압으로 인한 시위대의 사망시 부검결과를 국가책임의 회피 수단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하면서 경찰의 책임회피적 태도를 비난했다.


경찰은 정보라인을 통해 서울대병원측이 사인을 수정한 이유를 파악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내부에서는 "전문지식을 가진 의료진이 내놓은 판단에 대해 입장을 밝히기는 곤란하다. 검찰수사 결과를 지켜 볼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 감지된다.


이런 분위기와 별개로 경찰 일각에서는 강 전 청장이 최근 "공직을 떠난 상태다. 언급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자성을 촉구하는 비판적 목소리도 들려온다.


사건에 대한 감찰 과정에서 당시 현장 책임자였던 서울지방경찰청 제4기동단장을 20여분간 전화로 조사하는 데 그쳐 비난을 초래한 장본인이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정부가 타진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와 미묘하게 맞물린다. 정부가 문제삼은 '경찰의 인권의식' 논란에 기름을 부을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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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수사권을 주장하려면 백씨 사건에 대한 사과와 반성 등 책임있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한편 지난 500일 동안 백씨 사건 수사를 끌어오고 있는 검찰은 이번 사건에 담긴 함의, 수사권 갈등에 따른 '분풀이 수사'로 비칠 여지 등을 고려한 듯 '원칙대로 수사한다'는 입장 아래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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