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원어민 강사, 개인사업자 아닌 근로자…퇴직금 등 줘야"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개인사업자로 계약한 원어민 학원 강사도 근로자로 인정돼 퇴직금과 주휴수당, 연차휴가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9단독 오상용 판사는 원어민 강사 A씨 등 5명이 "근로기준법에 따른 퇴직금과 주휴수당, 연차휴가수당 등 1억8667만원을 지급하라"며 B어학원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 거주하던 A씨 등은 B어학원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에 취업의사를 밝힌 후 전화인터뷰를 통해 채용됐다. 이후 이들은 B어학원에서 보내준 고용제안서에 서명하고 국내로 들어와 1주일간의 교육훈련을 받은 뒤 수원에 있는 학원에 배치됐다.
A씨 등은 원어민강사 계약을 체결하고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을 상대로 하루 3~6시간씩 주 4~5일, 짧게는 2년1개월부터 길게는 8년3개월간 일했다. 그러나 학원이 각종 수당과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B어학원은 재판과정에서 "이들은 (근로자가 아니라) 학원으로부터 위임받아 강의 업무를 수행하고 그 성과에 따라 강의료를 지급받는 개인사업자에 불과하다"며 "이들에게 퇴직금 등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이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라고 해도 원어민 계약은 포괄임금계약에 해당해 퇴직금 등을 별도로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만약 퇴직금 등을 지급하게 된다면 학원측은 예상치 못했던 추가 손실을 부담하게 되고, A씨 등은 의도치 않은 추가 이득을 누리게 됨으로 신의칙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오 판사는 ▲학원과 원어민 강사 사이 계약이 근로계약 성격을 가지는 점 ▲학원이 강사들의 업무내용을 정한 점 ▲강사들이 업무수행 과정에서 학원의 지휘·감독을 받은 점 ▲근로시간과 장소가 고정되고 일체 장비가 학원소유였던 점 등을 이유로 A씨 등이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오 판사는 포괄임금제 주장에 대해서는 "A씨 등의 강의시간은 분명하게 산정할 수 있고, 이들의 시간급에 퇴직금과 기타 수당이 포함돼 있다는 계약 내용도 없다"며 "학원과 강사들 사이의 포괄임금계약 성립을 인정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신의칙 위반 주장에 대해서도 오 판사는 "신의칙 적용을 통해 퇴직금 청구권 등 법률로 보장된 근로자의 기본적 권리를 제약할 수는 없다"며 "사용자의 그릇된 신뢰를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 찾기에 우선하는 것은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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