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콤함 닭갈비 감칠맛은 살렸지만
풀 죽은 야채반찬 감점요인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뚜껑을 열자 매콤한 향이 코끝을 자극했다. 떡볶이 양념이 들어간 쭈꾸미 볶음이나 낙지볶음, 제육볶음 등의 냄새가 진동했다. 새빨간 양념에 버무려진 하얀 닭살이 비로소 '닭갈비'라고 주장했다. 닭갈비의 하이라이트는 닭갈비를 먹고 남은 양념에 달달 볶은 볶음밥.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지난주 출시한 '춘천식 닭갈비 도시락'엔 흰밥 대신 빨간 양념의 볶음밥이 담겼다. 쌈박한 아이디어라고 극찬할 만큼 기대감이 컸다.
1분50초. 포장지에 적힌 조리법대로 전자렌즈에 도시락을 데웠다. 뜨겁게 데워진 도시락 용기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두근두근 맛을 볼 시간. 뭉친 양념 사이에서 닭갈비 하나를 골랐다. 한 입 크기다. 맵고 짤 것 같은 비쥬얼과 달리 간은 삼삼했다. 기자는 쫄깃한 닭다리보다는 퍽퍽한 닭가슴살을 선호하는 편이다. 마치 기호에 맞춘 것처럼 씹을수록 닭 가슴살의 퍽퍽함이 느껴졌다. 이번엔 양념에 버무려진 양파. 푹 익은 양파의 달큰한 맛이 입앗에 퍼졌다. 완전조리한 제품인데다 1분50초간 전자레인지에 데워진 탓에 아삭한 식감은 당초 기대하지 않았지만, 즉석닭갈비의 또 다른 묘미 중 하나인 신선한 야채는 찾아볼 수 없었다. 군데군데 깻잎으로 추정되는 푸른잎 채소와 양파의 풀 죽은 모습은 아쉬웠다. 한 입 크기의 닭갈비 4~5 조각을 잇따라 흡입했을 무렵, 도시락을 사면 증정으로 주는 음료 맥콜에 저절로 손이 갔다. 평소 닭다리는 쳐다보지도 않고 닭가슴살만 공략하는 기자지만 퍽퍽한 육질을 곱씹을수록 목이 메였다.
가격만큼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끝판왕이라 불릴 수 있는 듯하다. 직접 춘천으로 달려가 맛보는 닭갈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900원. 느끼한 도시락에 물려 칼칼한 음식을 찾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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