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로 사라질 위기 처한 우리 동네 벚꽃 명소
북적이는 벚꽃 축제와 달리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여유롭게 꽃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다름 아닌 서울 시내에 있는 아파트에서다. 방배 삼호아파트, 워커힐 아파트, 잠실 진주아파트, 둔춘 주공아파트 등이 그 주인공이다. 모두 70~80년대에 조성된 단지로, 길가에 심은 꽃나무들도 그만큼 원숙한 자태를 뽐낸다.
서초구 방배동 삼호아파트는 매년 봄이면 자체적으로 벚꽃 축제를 할 정도로 벚꽃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아파트 동과 동 사이에 난 길 좌우로 벚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벚나무에 300여 개의 청사초롱이 걸려 있어 밤에는 또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송파구 신천동의 잠실 진주아파트는 벚나무가 16개 동을 감싸고 있는 모습을 연출한다. 잘 정돈된 예스러운 아파트 단지와 화려한 벚꽃의 조화가 눈에 띤다.
강동구 둔촌동 주공아파트에서는 취향에 따라 각기 다른 벚꽃길을 구경할 수 있다. 1단지에는 널찍한 벚꽃길이, 2단지에는 작은 벚꽃터널이 있다. 건물 사이에 숨겨진 벚꽃터널은 마치 숲속에 온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이 아파트들의 평균 나이는 37.7세로 제법 오래된 편에 속한다. 벚나무가 울창하게 자라는 동안 아파트가 버팀목이 돼줬던 셈이다. 그런데 둔촌 주공아파트, 잠실 진주 아파트 등에서는 더이상 벚꽃을 보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부터 재건축 사업이 예정돼있기 때문이다. 주민들과 30여년의 세월을 함께 해온 벚나무들은 이제 어디로 가게 될까.
디지털뉴스본부 김경은 기자 silver@asiae.co.kr
디지털뉴스본부 이현경 기자 lhky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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