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이 김정남이 암살된 후 열흘 만에 첫 공식 반응을 내놓으면서 각국의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자국에서 암살사건이 벌어진 말레이시아는 북한과의 44년간 외교관계도 단절할 기세다. 말레이시아 정부 입장에선 양국간 교류 활성화를 위해 시행해온 무비자 출입국을 북한측이 김정남 피살을 위해 악용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김정남 암살에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외교관이 관여됐다고 현지 경찰이 발표함에 따라 북한의 국제적 고립은 더 심화할 전망이다. 외교관이 관여했다면 비(非) 국가 조직이 자행하는 일반적인 테러와 달리 국가 자체가 테러를 자행한 셈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말레이시아와의 관계가 타격을 입거나 국교 단절 사태를 맞는 수준을 넘어선 파장이 예상된다.
수사결과가 북한의 소행으로 좁아지면서 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제네바에서 진행되는 제34차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에서도 김정남 암살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북 제재ㆍ압박에 대한 국제사회의 동조를 확산시킬 발판을 마련하는 자리가 된다. 북한 정권 붕괴에 따른 전략적 타격을 우려, 북한의 숨구멍을 열어주고 있는 중국 역시 미국 등으로부터 대북 영향력 행사 압박을 더욱 강하게 받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우선 이번 사안의 성격상 ICC가 관할하는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 ICC에 특정인사를 회부하려면 관할권이 있어야 하는데 북한(가해자의 국적)과 말레이시아(사건 발생 장소) 모두 ICC 당사국이 아니다. ICC의 토대가 되는 로마규정은 ICC 관할권 요건으로 ▲ 범죄가 당사국의 영토 내에서 발생한 경우 ▲ 범죄혐의자가 당사국 국적자인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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