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미-백건우 中공연 잇단 취소…클래식계도 '한한령' 시름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소프라노 조수미(55)와 피아니스트 백건우(71)의 중국 공연이 결국 무산됐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결정과 관련한 중국의 보복조치인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이 클래식계에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조수미는 24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에 "저의 중국투어가 취소되었음을 알립니다. 그들의 초청으로 2년 전부터 준비한 공연인데 취소 이유조차 밝히지 않았습니다"라면서 "국가 간의 갈등이 순수문화예술분야까지 개입되는 상황이라 안타까움이 큽니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그는 자기의 공연 취소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룬 뉴욕타임스 기사를 링크했다. 뉴욕타임스는 23일 "광저우, 심포니 등 중국 오케스트라들이 조수미의 공연 취소 이유를 묻는 질문에 답하길 거부했다"면서 "중국 정부가 양국 간 정치적 긴장을 빌미로 한국의 클래식 연주자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조수미는 올해 타계 40주년을 맞은 마리아 칼라스 헌정기념으로 내달 19일부터 광저우, 베이징, 상하이로 이어지는 중국 순회공연을 준비 중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신청했던 비자 발급이 계속 미뤄지다가 급기야 함께 할 예정이던 중국 현지 오케스트라 세 곳은 22일 조수미에게 공연 취소를 통보했다.
상하이 심포니, 광저우 심포니, 베이징의 차이나 필하모닉 등 세 오케스트라는 중국 소셜미디어인 위챗의 공식계정에 공연 취소를 알리는 공고문을 냈으며, 차이나 필하모닉만 "특별한 사정 때문에 한국인 소프라노 조수미와 지휘자 정민의 공연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사유를 밝혔다.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의 아들인 정민(33)은 조수미의 공연을 지휘할 예정이었으나 지휘자와 소프라노 모두 중국인으로 교체됐다. 다만 2월 3~4일 홍콩 필하모닉과 협연하는 공연은 취소되지 않았다.
앞서 피아니스트 백건우도 3월18일 예정된 중국 구이양(貴陽) 심포니와의 협연이 취소됐다. 당초 백건우는 구이양 심포니와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하기로 했다. 백건우 측에 따르면 오케스트라 인쇄물까지 나온 상황에서 비자 발급이 끝내 불발됐으며 백건우의 자리는 중국인 피아니스트로 교체됐다. 영국 음악 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는 지난 19일 자신의 클래식 뉴스 사이트에 "백건우는 2000년 9월 중국의 초청을 받은 첫 한국 연주자였다. 이번 공연 취소는 지난해 11월 이후 (사드에 따른) 지역적 긴장이 높아지면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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