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비상대책위원회 유동호 위원장, 100일 철야 농성 해제
유 위원장은 이날 아시아경제에 "통일부 장관께서 3월 안으로 피해기업 지원을 마무리하는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해 일단 잠시 농성을 해제하기로 한 것"이라면서 "3월까지 지원절차가 나오려면 설 전에 발전방안이 나와야 하지만 쉽지 않다. 일단 기다려보다가 다시 농성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정부는 1000억원 정도의 지원방안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은 경협기업의 목숨을 유지하는 수준에 그친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피해 지원 외에 경협 재개, 경협 활성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는데도 경협기업들은 변변한 지원조차 받지 못했다. 123개인 개성공단 기업들이 이런저런 지원을 받을 때도 북한내륙 경협기업들은 투자의 책임은 기업이 져야 한다는 정부 당국의 논리에 밀려 발만 구르면서 분루를 훔쳐야만 했다. 통일부에서 대출을 해줬지만 조건이 까다로워 일부 기업만 대출을 받았고 긴급지원 규모도 작아 어려워진 회사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유 위원장도 개성 지역에 대기업과 함께 30억원을 투자해 주유소를 세우는 사업을 하다가 돈만 날렸다. 북한 전역에 자유시장 경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대기업과 합작법인을 세우기로 했지만 무산된 것이다. 또 평양 주변에 공단을 건립해 중국 위해에 있는 1만개 기업의 1% 정도를 유치하려는 사업은 물거품이 됐다. 그는 푼돈 수준의 정부 지원금을 받았지만 극심한 경영난을 겪었다. 2013년 5월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정부청사 앞에서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집회를 갖기 시작했고 국회의원들을 찾아다니면 하소연했다. "열심히 해달라"는 가족의 성원은 난관을 이겨내는 버팀목이 됐다.
유 위원장은 "차가운 돌바닥 위에서 보낸 100일 철야농성은 남북경협기업들을 하나로 모아냈다"면서 "기업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성이 모였고 기업인 서로가 남북경협의 참된 의미와 가치를 공유한 값진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남북경협기업은 살고 싶고 반드시 살아남아 야 한다"면서 "남북경협기업이 살 수 있는 길은 단 하나 '국민의 관심뿐"이라고 호소했다.
문제는 현재의 남북 간 정치·군사 긴장 상태를 감안할 때 경협 재개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점이다. 박근혜정부는 지난해 2월 개성공단을 전격 폐쇄함으로써 남북관계는 완전히 단절됐고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경협재개는 더욱더 요원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그렇기에 유 위원장을 비롯한 경협기업인들의 각오는 비장하다.
유 위원장은 이날 발표한 성명서의 마지막 문장으로 마음을 다시 다잡았다. "남북경협은 반드시 살아남아 민족공동번영에 앞장 설 것이다. 기업인이 살아남는 것이 남북관계 개선의 지름길이요, 기업인은 살아남는 것이 민족 미래비전의 초석이 될 것을 우리는 확신한다" 그와 풍찬노숙한 많은 기업인들에게 힘을 보낸다.
박희준 편집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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