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을 대리하는 이경재 변호사는 어제(19일) 첫 재판에서 재판장에게 이렇게 요구했다. 국정농단의 핵심 물증인 태블릿PC의 증거능력을 부정해 검찰의 공소에 흠집을 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검찰의 대답은 이랬다.
"(검찰이) 최순실에 대해 인권침해적인 수사를 했다." 기소를 한 뒤에도 계속 소환을 했고, 불응하자 수사관을 구치소로 보내 영장도 없이 데려갔다는 게 요지다. 재판장은 웃으면서 "(변호인 주장처럼) 검찰이 그러진 않을 거 같다"고 말한 뒤 다음 절차로 넘어가려 했다. 검찰은 억울했는지 즉각 해명했다.
"그런 사실은 전혀 없다. 만약 강압이었다면 자백이 있거나 그래야 하는데 자백을 한 것도 없다…(추가조사는) 별도의 사건 관련이었다." '강제구인' 주장에 대해선 "(최순실의 개인 사정 때문에) 호송버스를 탈 수가 없었잖나. 그래서 관용차를 보내 동의 하에 출석시켰다."
최순실과 이 변호사는 형사소송법에 '국정농단 혐의'가 없다는 걸 파고들려는 듯하다. 법의 허점에 기대 '사법 기교'를 부리려는 걸로 비칠 수밖에 없다. 증거능력과 검찰 태도 문제삼기가 그 시작으로 해석된다. 대응 양태가 박근혜 대통령과 똑같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래서 '키친 캐비닛'이라는 건가.
한 가지는 확실하다.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는 경우, 범행을 부인했던 사실은 그 자체로 '불리한 정상'이 돼 양형을 가중시킨다는 점. 최순실도 이 변호사도 잘 알 거다. 그렇다면 혹시 이런 심산은 아닐런지. '어차피 중형은 불가피하다. 자백해서 양형 고려를 받아봐야 별 차이 없다. 다툴 수 있는 데까지 다투고 보자. 우기고 보자.'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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