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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길의 분데스리가 돋보기]독일 분데스리가와 중국 축구의 제휴, 동상이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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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축구 팬들이 올해 7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도르트문트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도르트문트를 응원하고 있다.  [사진=Sport Bild]

중국의 축구 팬들이 올해 7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도르트문트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도르트문트를 응원하고 있다. [사진=Sport Bi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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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축구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황사머니’로 표현되는 자금동원능력을 앞세워 세계 축구계를 흔들고 있다.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여러 리그의 스타들을 불러 모으는 중국 클럽들의 움직임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지켜보는 이들이 많지만 이에 대한 마땅한 대응책은 없다. 아니 앞으로도 있을 수 없다. 프로는 곧 돈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기성용처럼 수준이 높은 리그에서 경쟁하기 위해 파격적인 계약 조건을 포기하는 선수들이 간혹 있지만 수많은 선수들의 시선이 중국을 향하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시간이 갈수록 스타선수들의 중국 진출은 늘 것이다. 현재 중국 축구는 두 가지 노선으로 자국 축구를 발전시키고 있다. 한 가지는 앞서 말한 것처럼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세계적인 스타선수들을 영입해 자국 프로축구리그 인지도 및 축구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나머지 한 가지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전반적인 축구 인프라를 새롭게 구축하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 단순히 돈이 있다고 해서 쉽게 성취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다. 축구 선진국의 오랜 경험과 체계적인 시스템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중국도 롤 모델을 정해 두고 움직일 것이다. 어디일까?
지난달 말, 독일축구협회(DFB)와 독일프로축구연맹(DFL)은 중국축구협회와 축구 교류 및 협업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 협약은 단순한 양국 축구협회의 교류가 아니다. 올해 초 ‘중국 축구 개혁 종합방안’을 내놓으며 축구 경쟁력 강화를 국가 숙원사업으로 밝힌 시진핑 주석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중국이 축구 선진국 독일에 국가 차원에서 요청해 이루어진 일이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와 중국의 류엔둥 부총리가 이 문제를 놓고 협의했다. 중국과 여러 방면에서 선의의 관계를 유지하려는 독일의 입장에서 축구를 통한 교류는 좋은 카드다. 메르켈 총리는 중국의 축구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도울 것을 약속했고 독일축구협회 또한 중국의 2030년 월드컵 개최를 공개 지지했다.

아직은 세계 축구의 변방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중국 입장에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독일 축구계에서도 이번 협약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겉만 보면 월드컵에서 통산 네 차례나 우승한 독일 축구가 월드컵 출전조차 쉽지 않은 중국 축구와 협약을 통해 얻을 것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간다면 수혜자는 중국이 아니라 독일일 수 있다.

■ 분데스리가 구단의 인지도 제고 및 비즈니스 영역 확대
이번 협약을 하기 전부터 분데스리가 구단들은 중국 시장의 문을 계속해서 두드려왔다. 분데스리가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또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와 비교해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구단이 부족하다. 독일 클럽 중에서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바이에른 뮌헨이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조차도 경쟁리그의 톱 클럽들에 비해 인기 면에서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기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팔로어 수를 비교해 보자. 바이에른 뮌헨(인스타그램/페이스북 팔로어: 약 850만명 / 4000만명)은 FC바르셀로나(약 4200만명 / 9000만명)나 레알 마드리드(약 4100만명 / 9100만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런 분데스리가가 정체에서 벗어나 돌파구를 찾으려면 중국 시장을 반드시 열어야 했다.
바이에른 뮌헨, 샬케04, FC쾰른 등 분데스리가 클럽들은 중국 프로구단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다양한 중국 내 활동을 진행해왔다. 또한, 비시즌 기간에는 중국에서 개최되는 대회에 적극 참여하며 중국팬 모으기에 열중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중국 축구 리서치 업체인 메일맨 그룹(Mailman Group)에서 발표한 ‘레드카드 2016’ 리포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리그 및 축구팀으로 분데스리가와 바이에른 뮌헨이 각각 선정되는 성과를 올렸다. 양국의 축구협약으로 향후 분데스리가 구단들의 중국 시장 진출 기회는 더욱 늘 것이며 다크호스로 떠오른 RB 라이프치히와 TSG 호펜하임 등도 곧 이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난 10일 라이프치히 경기장에 익명의 중국 대표단이 방문해 파트너십과 관련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엄청난 수의 중국팬 유입은 분데스리가 팀들이 세계적 인지도를 높이고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 분데스리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황사머니'
크리스티안 자이퍼트 독일프로축구연맹 회장은 슈포트빌트(Sport Bild)지와 인터뷰를 통해 이번 축구협약에 대해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가장 큰 기대를 표현한 부분은 중국 스폰서십과 TV 중계권이었다. 자이퍼트 회장은 분데스리가 팀들에 대한 중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환영하면서 중국 자본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중국과의 교류를 통해 아시아 전역에서 분데스리가의 인지도를 높임으로써 프리미어리그와 같이 글로벌 기업들의 대규모 유니폼 스폰서십을 받고 싶다는 야심도 드러냈다. 최근 체결된 중국과 프리미어리그의 대규모 TV 중계권 계약과 관련해 자이퍼트 회장은 분데스리가 또한 중국 내 입지를 넓혀 좋은 조건의 TV 중계권 계약을 맺는 것이 목표라면서, “이 모든 것을 위해 축구협약은 필수였다”고 했다. 자이퍼트 회장의 인터뷰를 통해 비교적 보수적인 분데스리가도 ‘황사머니’를 통해 활력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독일은 이번 축구협약을 통해 정치 및 경제적 부분에서 직간접적인 수혜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 축구로서는 그 과정과 결과를 세심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잠재력이 충분한 경쟁국의 움직임은 주목해야 할 뿐 아니라 우리도 축구 선진국과의 교류를 활발히 추진함으로써 그들의 제도와 경험을 신속히 흡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중국의 거대 축구 프로젝트는 진행 중이다.


강한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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