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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의 그늘'에 안주하는 YS·DJ의 남자들…그들의 친박 변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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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정치하면 김대중·김영삼·김종필 선생이다. 이들을 모셔봤나. 한때 극우 군부정권이 김대중 선생에게 뭐라 했나. '다 뻘겋다'고 했다. 그런데 (동교동계) 동지들이 똘똘 뭉쳐 대통령을 만들었다. 김영삼(전 대통령)도 3당 합당할 때 불과 40명 안 되는 민주당 의원으로 보수대연합을 만들어 민정당, 자민련과 통합했다. 그리고 대통령이 됐다. (우리) 임기가 3년 반이나 남았다. 흔들리지 말라."

지난 13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 주도의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 발족식. 칠순을 넘긴 8선의 서청원 의원은 예고 없이 마이크를 잡고 사자후를 토했다. 객석에선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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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의 정치적 아들' 서청원 "탄핵은 배신행위…흔들림 없이 지키자"= 친박 맏형으로 불리는 서 의원은 예전 정치적 핍박을 받던 고(故) 김영삼(YS)·김대중(DJ) 전 대통령을 거론하며 지금 박 대통령이 처한 '탄핵 정국'을 같은 프레임에 끼워 맞췄다.

그는 당내 비박(비박근혜)계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찬성을 "정치보복이자 배신의 정치"라고 규정했다. YS를 함께 '정치적 대부'로 모시는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처단해야 할 배신자로 전락했다.

"흔들림 없이 도와달라"던 서 의원의 호소는 박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의 표시였다. 이날 모임에는 여당 현역의원 37명이 동참했다.
YS와 DJ를 모시던 상도동·동교동계 가신 그룹의 핵심인사인 서청원 의원과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의 행보가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서 의원과 한 실장의 최근 행보야말로 한국 계파정치의 변화무쌍함을 드러낸다"고 혹평했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가장 굵직한 족적을 남긴 YS·DJ 두 전직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상도동계와 동교동계는 서로 경쟁과 반목을 반복하며 1970~90년대 한국 정치의 무대를 향유했다. YS와 DJ가 민주화를 목표로 한 것과 달리 이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시대정신과 대의명분을 상실하며 이해관계에 충실한 세력으로 변신했다. 명분 없이 권력을 좇는 집단으로 퇴색한 셈이다.

이 중 서 의원은 YS의 정치적 아들을 자처해왔다. 30년 넘게 서울 상도동의 YS 자택 옆에서 기거했다. 1980년대 동교동계와 상도동계 연합체로 민주화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에선 언론자유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했다. 통일민주당에선 대변인·김영삼 총재비서실장 등을 지냈다.

하지만 지난 18대 총선에선 친박연대 비례대표로 출마해 당선되는 등 노골적인 박 대통령 지지 행보를 걸어왔다. 지난해 11월 YS 장례식장에서 상주에 준하는 자격으로 손님을 맞은 서 의원으로선 이례적인 행보였다.

그의 정치적 대부인 YS는 박정희·박근혜 전·현 대통령 부녀와 악연을 이어왔다. 1979년 ‘YH사건’이 터지자 국회에서 YS 제명안을 날치기 통과시킨 장본인이 박정희 정부였다. 가택연금된 YS는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명언을 남겼다.

YS는 사석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혹평했다. 1998년 자신의 퇴임 직후 국회의원에 당선된 박 대통령을 가리켜 “독재자의 딸”이라고 불렀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에선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다. 2012년 경선 때도 당시 박근혜 후보를 가리켜 “아주 칠푼이”라고 혹평했다.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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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의 입' 한광옥, DJ 비서실장에서 朴의 비서실장으로=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 역시 서 의원과 궤를 같이 한다. 한 실장도 민추협에서 활동했다. '입'이나 마찬가지인 대변인이었다. 평화민주당 김대중 총재 비서실장, 민주당 사무총장·부총재 등을 역임했다. 이후 DJ 정부에선 제1기 노사정위원회 위원장, 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지냈다. 하지만 2012년 새누리당에 입당하면서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그는 최근 국회에 출석, 후배 의원들로부터 날선 질의를 받으며 진땀을 빼야 했다. 한 실장이 모시던 DJ도 박정희 전 대통령과 '납치사건' 등 목숨이 오간 악연을 갖고 있다.

이들과 함께 회자되는 또 다른 'YS의 남자'도 있다. '왕실장'으로 불리며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김기춘 청와대 전 비서실장이다. 노태우 정부에서 검찰총장·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그는 YS와 같은 경남 거제 출신이다. '초원복집' 사건으로 YS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 기여도 했다. 15~17대 국회에서 경남 거제를 지역구로 내리 당선된 그는 친박의 길을 걸어왔다.

그런데 이들은 지난달 22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YS의 1주기 추모식에 나란히 불참했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 정국에서 쏟아진 정치권 안팎의 불편한 눈길이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탄핵 정국' 이후 이들의 행보는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 의원은 정국 안정 뒤 2선으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내비친 상태다. 한 실장은 박 대통령과 운명을 같이하는 순장조의 역할을 떠맡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실장은 청와대 근무 당시 '세월호 7시간' 등 박 대통령의 행적과 맞물려 특검의 집중적인 조사대상이 될 전망이다.

한 여권 인사는 "'탄핵 정국'이 어떤 식으로 결말을 맺더라도 이들은 박근혜 정부를 둘러싼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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