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없는 세상을 꿈꾸는 어느 시인의 세상 뒤집어 보기’라는 부제가 붙은 시집에는 자전적 시 '삼류의 기쁨‘외 80여 편의 시가 실려 있다. 80여 편의 시는 크게 세 지역을 배경으로 쓰여 진 게 특징이다. 김씨가 태어나 자란 남원과 청춘기를 보냈던 인천 그리고 중년기를 보내고 있는 남도지역이 그 곳.
인천에 대한 작품은, “화도진은/화수동 화도마을에 있었던/군사기지 이름일 뿐//화도라는 지명도/곳섬의 와전일 뿐//동구라는 명칭은/1968년 태어났고/화도진은 1879년/태어났고”(‘동구2’부분) 이 시 역시 ‘남원 광한루’에서처럼 김씨가 살았던 인천동구의 지명에 깃든 역사를 새삼 환기시켜주고 있다.
남도는 여수에 있는 절집 향일암이 배경이다. “향일암/노승의 마지막 염원/태양 끌고 와/꽃 삼월/다비식 때 불씨 삼고/싶을 뿐.(‘춘몽’전문) 비교적 짧은 선시풍의 ‘춘몽’에서는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임무를 마친 노선사의 마지막 꿈은 눈부신 비장감이 서린 열반임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김씨가 몸담고 있는 직장인 전남도립대학교와 학교가 소재한 담양에 대한 애정도 작품 곳곳에 배어있다. “삼인산문필봉 기상 서려 내린/향교리와 서원리에/깃든 천년 신화/비로소 꿈틀대 기개 펴는/전남도립대학교라/자유만이 진리 아닌가”(‘전남도립대학교 노래’부분)라고 전남도립대학교를 노래했고, “용 보았구나/용소/용면/용천//용의 주인 타쯔루도//용 물이였지/물의 신이였지//영산강은 흘러/그리움도 흘러//죽녹원 푸르구나/담양평야 넉넉하구나//가을 지기 전 눈부신/신화 보았지.(‘담양에서2’전문)라며 담양을 시편에 정성스레 담았다.
노해섭 기자 no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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