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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상주는 우리의 위상 보여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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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위 74도 장보고과학기지 1년 지킨 한승우 3차 월동대장

"큰 짐을 내려놓은 것 같습니다. 1년의 시간은 길었죠.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한승우 장보고과학기지 3차 월동대장

한승우 장보고과학기지 3차 월동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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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우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3차 월동대장의 말이다. 한 대장은 지난해 11월 장보고 과학기지에 들어와 꼬박 1년을 이곳에서 월동대원 16명과 생활했다. 그는 10일 4차 월동대장에게 임무를 인계한다. 1967년생인 한 대장은 한화와 삼성을 거쳐 2006년 극지연구소에 입사했다. 연구 전문가가 아닌 관리 전문가이다. 2010년 세종과학기지에서 총무로 월동을 한 경험도 있다.

남위 74도에 위치한 장보고과학기지는 62도에 있는 세종과학기지와 차원을 달리한다. 장보고과학기지에는 5~8월까지 약 4개월 동안 어둠만 있는 '극야'가 엄습한다. 이때는 해가 뜨지 않는다. 24시간 어둠만 내린다. 햇볕 자체가 들지 않는다. 주변의 이탈리아와 독일 기지에 있던 사람들도 모두 철수하고 아무도 없다. 오로지 17명의 장보고 과학기지 월동대원들만이 외롭게 남위 74도를 지킨다.

"항상 어둡고 주변에 우리 외에는 아무도 없다는 완전고립의 상태가 됩니다. 그 느낌과 불안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 수 없죠. 대장으로서 대원들이 다치거나 사고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극야뿐만 아니라 4월 중순부터 9월까지는 영하 20도의 극한 기온이어서 밖에 나갈 수도 없습니다."
극야 기간이 찾아오면 대원들은 불면증 등 여러 가지 신체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 대장은 전했다. 물론 장보고 과학기지에는 의료진이 파견돼 있다. 그렇더라도 물리적 상처가 아닌 정신적 고통까지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한 대장은 "극야 기간에 아침 회의를 하면 대원들의 얼굴 표정이 모두 어두웠다"면서 "그럴 때마다 가능한 간섭하지 않으면서 운동과 영화 감상, 책읽기 등으로 여가 활동에 나서도록 이끌었다"고 말했다.

몇 개월 동안 지속되는 극야기간 동안 굳이 남극에 상주할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 한 대장은 "남극에서 상주기지와 임시기지의 위상은 극과 극의 차이"라면서 "쇄빙선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한 나라 극지 연구의 상징성이 달라지는 것처럼 이곳 월동대원들이 상주함으로써 남극에 대한 우리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년 동안 장보고 과학기지를 지켜온 그가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한 대장은 "무엇보다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장보고 과학기지에는 체력 단련실이 있기는 하다. 한 대장은 "체력 단련실 보다는 조금 넓고 농구 등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실내 공간이 없다"면서 "극야 기간 동안 대원들이 몸을 부딪치며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실내 운동 공간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외부와 고립됐을 때 응급상황도 염두에 둬야한다고 강조했다. 응급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시나리오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대장은 "지금 장보고 과학기지에서 극야 기간 동안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갈 수 있는 곳은 350㎞ 떨어진 미국 기지밖에 없다"면서 "미국 기지가 여의치 않았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를 가정해 놓은 상태의 플랜B(Plan B)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 대장은 1년을 마무리하면서 "안전이 제일인데 3차 월동대원들이 모두 자신의 임무를 마치고 귀국할 수 있게 돼 무엇보다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장보고과학기지(남극)=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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